말이 안 통하는 시장에서 생긴 일
오늘은 드디어 가보려 마음만 먹었던 로컬 마켓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분위기, 소박한 풍경 속에서 언젠가 꼭 이곳에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사리라 벼르고 있던 곳이었다.
오늘, 마침 기분도 좋고, 공부 삼아 중국어도 써볼 겸 용기를 냈다.
시장 안 작은 야채 가게, 붉은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바구니에 담기 좋을 만큼 탐스럽게 익은 토마토들. 한 바구니를 사야겠다 마음먹고 아주머니께 가격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뭐라 뭐라 중국어로 말씀하셨고, 나는 알아듣지 못한 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구니에 토마토를 담아 가격을 확인한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
중국어로 또박또박 말한 내 목소리에, 아주머니의 얼굴이 달라졌다. 단번에 언성이 높아졌다.
“비싸지 않아요!”
아주머니는 강하게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탓에 상황은 빠르게 어색해졌고, 그새 근처에 있던 다른 상인분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를 둘러싸고 뭔가를 빠르게 이야기했다. 중국어의 홍수 속에서, 나는 그저 멀뚱히 서서, 그 어떤 말도 알아듣지 못한 채,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
‘그냥 반만 사야겠다.’
그저 이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중국어로 반만 달라고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길, 마음이 복잡했다. 큰 토마토 다섯 개에 2만 6천 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들었지만, 막상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니 씁쓸했다.
이곳 사람들은 외국인이 돈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언어가 서툴다고, 낯선 환경에 있다고 해서 바보처럼 여겨지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오늘, 나는 이 작은 시장에서 나만의 단단함을 하나 배웠다. 앞으로는 정찰제가 있는 가게를 찾자,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말하는 걸 주저하지 말자. 낯선 곳에서 살아간다는 건, 단지 언어를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법도 함께 배워가는 일이니까.
씁쓸한 기분을 뒤로하고, 집 앞 정찰제 과일 가게에서 수박을 하나 샀다. 단돈 3천 원, 친절한 아주머니의 미소와 함께 건네받은 수박 한 통. 묘하게 마음이 풀렸다.
그래, 다 그런 건 아니겠지. 언어가 안 통해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작은 실망도 있었지만,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다시 내일을 살아볼 용기를 주는, 아주 평범한 하루.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법,
우리는 그저 그 안에서 배우고,
조용히 흘려보낼 뿐이에요.
— 나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