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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 10분

지친 하루 끝, 마음을 연결하는 시간

by 나미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오히려 조용한 시간이 반갑기도 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고요함이 마음에 내려앉았다.


오늘은 첫 출근을 마친 날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하루를 잘 마무리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동시에 소소하게 쌓인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런데 집 안은 고요했고, 리키는 야근 중이었다.




집 앞에서 사 온 반찬을 밥 위에 얹어 저녁을 먹으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리키와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너무 좋은 회원님들을 만났고, 다시 함께 즐겁게 운동했고, 중국인 동료를 만났고, 어눌한 중국어로 소통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리키와 따뜻한 밥을 함께 먹고 싶었다.


그러나 리키는 새로 들어간 프로젝트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서운함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 한편을 차지했다.




늦은 밤, 리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에는 며칠째 야근으로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며 씨름한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한편으로 짠하면서도, 왠지 모를 뾰로통함이 밀려올 것 같았다.


그 순간, 항상 연습해 왔던 것처럼,

내 감정을 솔직하게 그러나 잘 정제해서 이야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리키, 오늘 많이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어서 거의 서운해질 뻔했는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10분만 들어볼래?"


순간 피곤함만이 가득했던 그의 눈에 미안함과 호기심이 쌓였다.

리키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이내 내 첫날에 대해 궁금해하며 물어봤다.


"나미, 오늘은 어땠어?"


그 한마디에 꾹 참고 있던 감정이 스르륵 풀어졌다. 나는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을 조잘조잘 풀어놓기 시작했다. 첫 수업에 참여했던 회원님들 이야기, 웃었던 순간들, 작지만 기뻤던 일들, 첫날부터 작은 성취를 이뤘던 것들까지.




리키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었고, 나의 말이 끝난 후에는 그의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공유했다.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마음 구석에 남아 있던 서운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함께 있어도 대화하지 않으면 멀어질 수 있고, 떨어져 있어도 마음을 주고받으면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꺼내 보이며, 다시 한 걸음 가까워졌다.




살다 보면, 아마 또 이런 순간들은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늘 이 밤처럼, 눈을 맞추고 딱 10분씩만 서로의 하루를 물어봐야지.

"오늘은 어땠어?"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질문을.



오늘도 제 이야기에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말 한 마디, 눈빛 하나가 마음을 녹이는 밤처럼
당신의 오늘도 따뜻한 위로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 나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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