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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는 단백질이니까 괜찮아

국제부부의 달콤하고 짭짤한 다이어트 분투기

by 나미

“헉, 이거 진짜야?”


우리 둘, 재미 삼아해 본 인바디 결과지 앞에서 잠시 말이 없어졌다.
심각하게 인바디를 바라보는 리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상체, 하체, 몸통, 모든 지표가 초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그건 전부 ‘근육 포함’. 스무 살부터 10년 이상 진지하게 헬스를 해온 그의 이력이 증명된 셈이었다.


반면 나는?
‘복부지방 과다, 복부근육 부족. 2kg의 근력 증강이 필요, 2kg의 지방 감소가 필요합니다.’
인바디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아무렇지 않게 건조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 ‘운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자존심이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리키, 나 이번에는 진짜로 다이어트할 거야.”


벌써 몇 번째 다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리키는 농담 하나 없이 다정하게 웃으면서 나의 다이어트를 응원해 준다.
“최고 버전의 자신이 되자. (Be the best version of yourself)”는 모토처럼, 그는 언제나처럼 진지하면서 부드러운 긍정의 눈빛을 보내온다.


“그래, 우리 함께 하자.”


리키는 본격적인 커팅을, 나는 체지방 감소와 근육 증량을 목표로 운동하기로 했다.
리키는 언제나처럼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하며, 무리하지 않은 다이어트를 강조했다.

나는 그의 조언에 따라 단백질을 늘리고, 체지방 감소에 필요한 유산소를 더했다.
리키도 탄수화물을 줄이기로 하며 계획에 동참해 주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점 한 가지.

여긴 ‘상하이’라는 점이었다.

배달 천국. 유혹의 도시. 다양한 식재료를 기름에 볶고, 찌고, 흰밥과 함께 먹는다.
아니면 밀가루를 튀기거나, 정말 맛있게 만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눈이 뒤집힐 만큼 맛있고 다양한 음식 앞에서, 마음을 다잡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철저했다. 직접 장을 보고, 건강한 단백질 식단을 준비했다. 이런 과정도 꽤나 즐거웠다.
몸이 좋아지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고, 근육량이 증가함에 따라 컨디션이 좋아지는 부분도 있어서 다이어트가 즐거운 ‘황금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2주쯤 지났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 안에 ‘합리화’라는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양꼬치는 단백질이니까 괜찮아.”
“햄버거가 의외로 근육 증가에 좋다더라?”
“피자? 크러스트만 빼면 탄수화물 별로 없지.”
(주로 내가 제안하면, 리키는 수긍하는 편이었다. 다정하게.)


리키는 다이어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식단의 원리도, 운동 루틴도 정확하다.
심지어 헬스와 보디빌딩이라는 면에서는 나보다도 더 많이 아는 것 같았다.
어떻게 저항을 주어야 하는지, 이 운동 다음에는 어떤 운동이 들어가야 하는지, 저항과 무게를 어떤 식으로 반복해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을 먹어야 근육 빌딩에 가장 효과적인지 등등.


그의 따뜻한 자기 확신 이면에는 철저함과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건강한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리키도 나의 반짝이는 눈빛과 그럴듯한(?) 논리 앞에서는 언제나 일보 후퇴.
정신을 차리고 보면 결국은 함께 양꼬치 집에 앉아 있곤 했던 우리였다.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날의 우리’라는 합리화와 함께.


우리는 함께 계획하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웃었다.


리키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운동을 더 열심히 했고, 나는 필라테스와 헬스를 병행했다.
간헐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함께 지켜낸다는 자신감이기 때문에.
요즘도 가끔 야식이 먹고 싶을 때면, 나는 살며시 말한다.


“리키야… 오늘도 단백질이니까 괜찮은 거지?”

리키는 웃으며 대답한다.
“물론이지. 양꼬치는 언제나 단백질이니까.”



함께 계획하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웃는 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다이어트 플랜 아닐까요?
오늘도 저희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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