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통하는 순간, 대화는 시작된다.
리키는 타오바오에서 산 소파를 받아 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거... 우리가 고른 거랑 다르지 않아?"
내 눈에도 달랐다. 컬러도, 재질도, 모양도. 화면에서 봤던 따뜻한 테라코타 톤의 패브릭 소파는 온데간데없고, 투박한 오렌지색 인조가죽 소파가 도착한 것이다. 가죽의 표면은 부드럽지 않았고, 빛을 받으면 유난히 번들거렸다. 감촉도, 분위기도, 상상했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는 처음엔 환불을 시도했다. 리키가 최대한 정중하게 판매자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중국인 동료까지 나서서 통화도 해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환불 불가. 이미 사용된 제품입니다."
며칠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우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날 이후로 집 안 한 켠엔 마음에 들지 않는 소파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쓸 수도, 팔 수도, 돌려보낼 수도 없는… 애물단지.
공간은 그대로인데, 분위기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불편한 물건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다 오늘,
결국 '버리자'고 결심했다.
문제는 '어떻게' 버리느냐다.
혹시 아파트에서 일하시는 분께 여쭤보면 되지 않을까 싶어 단지 안 재활용 쓰레기장 근처를 서성이다가, 한 할머니와 마주쳤다. 동그란 얼굴의 할머니는 초승달 같은 눈모양을 하고, 처음 보는 이웃에게 호기심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었고, 얼굴에는 오래된 주름이 고요하게 깃들어 있었다.
"어디 사니?"
나는 띄엄띄엄, "팔 층이요."라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내가 중국어가 서툰 걸 금세 눈치채셨고, 알아들으려 애써주셨다.
나는 급히 번역기로 상황을 설명했다. 할머니는 신기한 듯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내 얼굴을 다시 한번 바라보셨다. 눈매는 부드러웠고, 눈동자는 꽤나 또렷했다.
"소파? 얼마나 커?"
나는 손짓 발짓을 섞어 설명했다. 할머니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시더니, 쓰레기장에 계시던 다른 이웃과 짧게 말을 나누고는 결심한 듯 말했다.
"집 올라가자. 한번 보고 오게."
할머니의 말투는 투박했지만, 그 속엔 친절함이 묻어 있었다.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듯한 제스처에 괜스레 마음이 든든해졌다. 걸음은 느렸지만 동작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할머니는 내 집까지 올라와 소파를 확인하시고, 타오바오 환불이 거절된 사정까지 듣자 바로 버럭 하셨다.
"아이고 참나!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새 건데 왜 안 받아?!"
그 말투에 괜히 웃음이 났다. 우리 할머니가 떠오르는 말투… 문득 마음이 따뜻해진다.
할머니는 소파를 내려가 다용도실에 두자고 하셨다.
"누가 쓸 사람 있을지도 몰라. 버리지 말고 둬."
우리 둘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할머니는 나의 고충을 알아주시는 듯 말씀하셨다.
"중국어 못해서 답답했겠다."
"네... 중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말은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분명히 대화하고 있었다. 눈이 잘 안 보이신다던 할머니는 휴대폰을 코앞까지 가져가셔서, 챗지피티 번역 문장을 또박또박 읽으셨다. 어르신의 손에는 작은 주름들이 겹겹이 얽혀 있었고, 한 자 한 자를 또박또박 읽는 눈빛은 참 따뜻했다.
결국 우리는 1인용 소파를 함께 들어 1층까지 옮기고, 내려놓고, 여러 번 인사를 나눴다. 짧은 중국어지만 진심을 담아 "쩌쩌니에, 라오런자(감사해요, 어르신)"를 여러 번 되뇌었다.
불편했던 물건 하나가 정리되었을 뿐인데, 마음의 묵은 짐까지 덜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르신과 나눈 따뜻한 소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대화란 말이 통하는 것보다, 마음이 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배운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이 오늘, 당신의 하루에 조그마한 따뜻함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 나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