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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은, 안 좋은 날이 만든다

계속해보는 것에 대하여

by 나미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핸드폰 알림이 쉴 틈 없이 울렸다.
한 회원님은 “왜 통증이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냐”라고 물었다. 수년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신 분이었다. 마음으로는 천 번 만 번 이해가 가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타임비를 받고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이기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회원님, 그건 마치 걷지 못하던 아이에게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일어나 걸으라는 것과 같아요.
우리 몸에도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통증으로 수행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옳은 방법으로 운동하시면서 최소 6개월은 꾸준히 지켜보셔야 해요.”


한바탕 설명을 드린 뒤에 다시 핸드폰을 확인하니,

또 다른 분은 갑작스럽게 하루 뒤 일정을 만들어 수업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국어를 전혀 못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수업에 들어오고 싶다는 메시지도 날아왔다.

나는 죄송한 마음을 담아 하나하나 성의껏 답했다.

"죄송합니다. 내일은 다른 분들 예약이 모두 차있는 상태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중국어로 수업진행은 어려운 상태여서요, 안전 상의 이유로 불가합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최대한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작성했다.

회원님들에게 설명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조금씩 고갈되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울리는 알림에, 결국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다.”


그날 밤, 한바탕 일들을 마무리하고는, 침대에 깊게 묻혀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며, 마음 한 구석에서 조용히 불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괜찮을까?


무려 7타임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어제의 일이 다시 반복된다면,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출근길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버스 창밖을 보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건 그냥 내 마음속 불안일 뿐이야.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 하루였다.

수업을 시작하자 익숙한 회원님들이 환한 얼굴로 인사해 주셨고,
수업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몸은 분명 바빴지만, 마음은 평온했다.
운동을 하며 나부터 기분이 좋아졌고,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회원님들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하루가 끝나고 나니, 그 전날의 고단함마저 고마웠다.
그날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 또렷하게 빛났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물 한 잔도, 목이 마를 때 마셔야 꿀맛이지 않던가.


결국, 중요한 건 계속해보는 것이었다.
좋은 날이 진짜 좋은 건, 안 좋은 날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그런 날이 찾아오더라도, 나는 아마 또 이렇게 되뇔 것이다.


“이건 그냥 내 마음속 불안일 뿐이야.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불안한 날에도, 마음 깊은 곳의 평온은 언젠가 찾아오니까요.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부드럽게 흘러가길 바랍니다.

— 나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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