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리키야, 이건 정말 안 매워.

by 나미

“리키야, 이건 정말 안 매워.”
빨간 국물 속 떡볶이를 살짝 불어, 조심스럽게 그의 입에 넣어주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천천히 씹던 표정, 매운맛이 슬며시 올라와 이마에 맺힌 작은 땀방울. 매운 걸 잘 못 먹던 리키가 어느새 한국 음식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죠.


이 책은, 그 사랑의 기록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두 사람이 하나의 식탁에 마주 앉아, 서로 다른 입맛과 삶의 속도를 천천히 맞춰가던 시간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함께 지낸 시간 동안, 우리는 자주 밖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분식집의 떡볶이, 골목 안 고깃집의 삼겹살, 무더운 여름날의 냉면 한 그릇. 그 음식들마다 하나하나 우리의 소중한 기억이 얹혀 있어요. 사랑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다투고 화해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우리의 식탁 위에서 시작되고, 끝났습니다.


리키는 한국을 참 좋아해요.

한국 음식은 물론이고, “이모~ 여기 일 인분 추가요!” 하고 외칠 수 있는 친근한 식당 문화,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떡꼬치 같은 소소한 간식까지. 저는 그런 리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참 좋았어요.


어느새 그 따뜻한 시선들이 제 하루하루를 채워주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나눈 식사 속 작은 대화들, 처음 맛보는 삼겹살에 놀라던 표정, 매운 음식을 먹고도 “괜찮아, 맛있어”라고 말하던 웃음까지. 그 모든 순간들을 글로 꺼내 놓는 일은, 다시 그 사랑을 꺼내어 곱게 접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음식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매일 마주 앉는 밥상 위에서 서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고, 다정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다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리키와 함께한 맛있는 연애 이야기. 천천히 시작해 볼게요.


— 나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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