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고기로도 마음이 전해진다면
처음 삼겹살을 먹었던 날은, 리키가 한국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봄날이었다.
리키가 “꼭 삼겹살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기에, 익숙한 동네 골목 안으로 그를 이끌었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풍경이었다.
가게 안은 원목 사각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위로는 각자 고기들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로 채워져 있었다.
이모님 또래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도 친절하게 웃었다.
고기를 구워주시던 이모님은, 외국인인 리키가 신기했는지, “어디 사람이야?”라고 묻기도 했고,
먹기 좋게 잘라진 삼겹살을 그의 앞접시에 슬쩍 한점 더 얹어주시기도 했다.
리키는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 조금 긴장한 듯하면서도, 그 특유의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이며 삼겹살을 주의깊게 바라봤다.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묻기에, 나는 쌈을 하나 싸서 천천히 보여주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나를 따라했고, 마늘과 김치, 된장까지 욕심껏 얹은 쌈을 동그랗게 말아 한 입에 넣었다.
삼겹살을 먹을 땐 으레 그렇듯, 첫 쌈을 조금 크게 싸서, 씹느라 애를 먹었다.
고기를 한 점 집어 들고, 구워진 단면을 한참 들여다보던 리키.
그는 한입 가득 고기를 넣고, 처음엔 살짝 놀란 듯 눈을 떴다.
곧 미간을 찡그리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가… 바삭한데 안은 진짜 부드러워. 입에서 녹아.”
그렇게 말하고는 소스 없이도 두 점, 세 점을 조심스럽게 음미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은 겉은 살짝 바삭하고, 안은 탱글하게 결이 살아 있었다.
첫 식감은 바삭함이었고, 곧이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지방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씹을수록 진한 고소함이 혀끝을 감싸며, 쌈야채의 아삭한 식감과 만나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리키는 씹을 때마다 조금씩 감탄했고, 조심스럽게 말하듯 “쌈장 없으면 안 될 것 같아”라며 웃었다.
나는 그런 리키를 바라보며 웃었다.
리키에게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이 작은 경험이 나에게도 묘한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그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이 익숙한 음식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았다.
그날, 삼겹살 굽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 바쁘지만 정겨운 식당의 공기,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눈 말들까지.
리키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새로웠고, 따뜻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려앉은 5월의 오후,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그런 날이었다.
그날 이후, 리키는 삼겹살에 감명받았는지
스페인 친구가 한국을 방문할 때면, 주저 없이 삼겹살 집으로 데려간다.
예전의 나처럼, 리키도 천천히 쌈을 싸 보이며 설명한다.
“이건 깻잎, 이건 마늘, 이건 쌈장. 이렇게 싸서 한입에 먹어야 해.”
그리고는 어김없이 마지막에 덧붙인다.
“어때? 맛있지?"
고기가 익는 소리와 냄새, 맛을 따라오는 기억까지도 리키는 그대로 친구에게 건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웃고, 또 조금 뭉클해진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리키가 한국 음식을 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도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