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4
이사철을 맞아
임대차 팻말 없는 빈 둥지
파란 하늘 대문 집 하나 놓고
까치와 까마귀 부부
쟁탈전이 한 치 양보가 없네
먼저 왔으니 내 집이라는 까치 부부
작년에 살던 내 집이라는 까마귀 부부
부동산 중개사도 없는 허공에서
어느 날은
까마귀 부부가 집수리하고
어느 날은
까치 부부가 바람막이 공사하고
찬바람 막아 줄 새 보금자리
새끼 낳아 잘 키우고픈 부모 마음
똑 같은 두 부부가 마주치면
허공에서 기싸움이 가당찮네
집 없는 설움은 나도 겪어본지라
어느 편도 들지 못하고
까막까치처럼 기갈세게 살았던
젊은 날의 내가 보여 웃었지.
#전수현시인 두번째시집 《쉼을 배우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