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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보석의 가치 2

여정의 마무리

by 은림

보석과 금속에 대해 공부하면서,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약한 물체(석고랑 유리보다 좀 더 튼튼한 돌멩이!)를 오래도록 튼튼히 지니고 보존하려고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가장 귀한 금속인 금과 은을 귀한 보석에 둘러서 완전체로 만들고 싶은 덕후의 마음은 아주 잘 알겠다.


보석을 지니는 방법은 금과 은으로 세공하는 것 외에도 아주 다양하다. 성기고 가느다란 뜨게 주머니를 만들어 구슬을 담거나 비단매듭으로 난 집을 만들어 보석알을 감싼 목걸이나 팔찌 반지를 만들거나(마크라메 기법). 매끄러운 용액이 담긴 투명한 구슬 속에 나석을 넣어 보관하기도 한다.


돈을 가지고 다니는 거보다 같은 가격의 순금이나 보석이 돈보다 부피가 작다. 환전이 가능할 경우는 금을 들고 다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옛날 한국 영화에서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아이가 다른 여자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가끔 밥값으로 금붙이를 꺼내주자 아이를 보호하던 여자는 아이를 목욕시킨다는 핑계로 홀딱 벗겨 뒤져서 금붙이를 모조리 가로채 아주 거지로 만들던 게 있었다. 아이가 막막한 앞길과 금을 잃은 것이 정말 슬펐다.


최근에 본 영화 존위에서 금화를 사용하는데, 저거 순금일까? 순금을 저렇게! 긁듯이! 쓰면 중량이 닳는다고! 근데 저 많은 순금은 어디서 온 걸까. 몇 돈쯤 될까에 눈에 불을 켜느라 아주 진이 빠졌다-영화 말미에서 출처가 다 나온다. 안 나왔으면 화낼뻔했다.



전에는 예쁜 보석은 좋은 가격에 득템하고 재빨리 보석을 만나고 소유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 배송 위치를 추적하고 주얼리 제작자에게 스케줄을 체크했다.


지금은 보석을 만나러 갈 때 약속을 잡고 실탄을 잔뜩 장전한 지갑과 보석을 살필 도구와 나 자신의 태도를 점검한다.


만나는 장소가 아름답고 전달자의 에티튜드가 뛰어나다면, 보석을 알아보는 시간이 즐겁다. 보석을 데려오는 기쁨을 누리건 여러 사정으로 두고 오건, 이미 그 보석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석연은 거기까지였던 거다.







물처럼 맑고 푸른 토파즈와 아콰마린, 파랑 중에서 가장 빛나는 지르콘(큐빅 지르코니아의 원료이며, 인조보석 지르코니아와는 다른 천연 보석이다) 석류처럼 새콤달콤한 가넷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보석이다. 내가 책으로 배운 불타는 루비의 모습은 타닥타닥 속불이 올라오는 가넷에 가까웠다. 루비가 훨씬 채도가 높고, 핑키쉬하고 형광효과가 있어서 태양에 더 환하게 붉다.


보석들 중에서 특별한 산지, 특별한 상업명칭을 달고 더 비싸게 팔리는 것들이 있다.


버마 모곡루비, 피존 블러드 루비 (일반 루비보다 10배쯤 비싸다) 파파라차(연꽃, 혹은 새벽빛 노을색) 사파이어, 로열블루 사파이어, 카슈미르 블루 사파이어, (컨플라워나 일반 청색에 비해 네댓 배쯤 비싸다) 인디콜라이트-라군 투어멀린, 루벨라이트-루비색 투어멀린, 파라이바 투어멀린, 산타마리아 아콰마린, 제다이-루비색 스피넬, 슬리핑뷰티 터키석 등등...


위는 단어들은 감정서에 표시되지 않으며, 별도의 감별 요청과 추가금을 내면 기준에 합당할 경우 감정서에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위의 단어들은 모두 상업명으로 뚜렷한 기준이 없다.


파파라차는 선라이즈부터 선셋까지의 색상표가 핀터레스트에 돌아다닌다. 안에 빨간 모닥불이 타오르는 스페샤르타이트 가넷은 빨간색도 있고 오렌지색도 있다.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데 거창한 상업명으로 값이 높은 보석들이 있다.



요점은, 수많은 기기묘묘한 보석의 몸값을 높이는 상술 중의 하나인지라 구입 시 심사숙고하시길 바란다는 거다.


판매상의 가장 납작한 스몰토크는 당신이 가진 장신구에 관심을 갖고 칭찬하거나 후려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외에도 형광햄프를 사용한 형광효과 할로겐 조명을 사용한 변색효과, 레이저 포인터로 큐렛에 빛을 쏘아서 퍼지는 빛으로 구매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보석상이 사용하는 상술은 아주 다양하고, 당신이 즐거웠다면, 좋은 구매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보석에는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색상이나 내포를 보정하기 위한 열처리, 충전(함침)처리, 디퓨전처리 등등을 한다. 정말 아무 처리가 없는(미처리, 넌오일로 표기됨) 천연의 아름다운 보석을 구하는 일은 아주 어렵고 비싸다.


보석 가공의 종류와 역사를 살펴보면 이 정도 화학처리를 했다면 천연과 합성석과 다를 바가 무언가. 현타가 오기도 했다. 천연석의 최고 칭찬은 합성 같다이고, 합성석의 최고 칭찬은 천연 같다인데,

그럼 정말로 내가 원하고 바란 지구와 자연이 만든 순수의 결정체, 아름다움과 신비의 극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진리와 정의를 찾아내려는 철학자 같은 태도는 보석에는 어쩌면 합당한 접근법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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