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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조각

가족을 이룬 다는 것

by 방구석예술가
여름날 우리의 연꽃. 2024. 유리 스테인드글라스. 34.5x38.5cm





남편과 결혼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거기에 맞춰 큰 아들은 10살이 되었고,

작은 아들은 8살이 되었다.


요즘 들어 가족이 된다는 것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결합이라 느껴진다.

시간과 공간을 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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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인 나는 가족을 이루는 것이 참 어려웠다.

"나"를 잃어야만 하는 것이 세상을 잃은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희생하는 것이 영 어색한,

나 같은 이상한 사람도

엄마가 된다.


햇빛아래 자유로움이 즐비하던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안 어울리지만 기어코 샀던 선글라스는

큰 아들이 멋지게 쓰고 다닌다.


'큰 아들에게 주려고 샀던 걸까?'

생각이 스친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샀던 조개그림에 모래가 담긴

열쇠고리큰 아들이 달고 다니고,

페루에서 산 달걀을 나르는 라마 열쇠고리

작은 아들이 달고 다닌다.



예쁜 여자 만나 연애할 때 쓰라고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주신 빨간 우산을,

작은 아들이 쓰고 학교에 간다.

빙그르 돌리며 가는 모습에 우리의 연애할 때 웃음 짓던 모습이 스친다.


"웬일이야? 이렇게 이쁜 우산을 다 갖고 있어?"

"엄마가 주셨어. 여자 만날 때 쓰라고."

"어머나. 짱 웃기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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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창 젊음에 빠져 놀 때 듣던 노래를 아들이 듣는다.

"엄마. 빅뱅은 그럼 이제 몇 명이야?"

나의 생생했던 젊음

아들의 흥겨운 춤에서 너울거린다.


내가 사랑을 잃고 울 때 듣던 노래마저도 아들이 듣는다.

"엄마. 나는 이렇게 느린 노래도 좋아."

시리던 가슴도 이제는 노래만 남았음을,

아들과 열창하며 따라 부를 수 있음을 느낀다.




어제는 무한도전 꼬리잡기 편을 보며

얼굴이 터지도록 웃는 두 아들을 보았다.


토요일 저녁 항상 무한도전을 보며 밥을 먹었던

나와 우리 엄마, 우리 아빠 단란했던

세명의 가족이 떠올랐다.


나는 어느덧 내 가족을 떠나

새로운 가족을 단단히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을 뺏겼다는 생각이 강했었던 나.

그 생각에 빠져 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때가 있었다.


이제야 빼앗긴 게 아니라,

나눠 줄 수 있게 된 것임을 알았다.

조그맣던 녀석들이 이렇게나 커서

나의 젊음의 조각들을 나눠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애초에 젊음은 영원한 것이 아닌데,

나의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의 젊음을 보여 줄 수 있음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그건 전에 없던 즐거움이자.

가늠조차 할 수 없던 행복이다.


행복은 별게 아니라,

시간을 타고 계속 이어져 오는, 일상에서 지속되는 이야기이다.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나를 잃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나를 더 굳건히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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