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RUN

숨쉬기 편해지는 날들

by 나무를만지는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건, 내 몸이 계절의 속도에 맞춰졌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10km는 길지 않다. 발끝은 자연스럽게 거리를 늘리고, 숨은 고요하게 흐른다.


바람이 달리기에 가장 알맞은 두께로 불어온다. 여름의 뜨거움이 스르르 물러나고, 가을의 서늘함이 은근히 스며든다. 저녁의 공기는 맑고 매끄러워, 마치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얇은 천 같다.


바다 곁을 스쳐 달릴 때면 어둠 속에서 작은 빛들이 깜박인다. 반딧불이다. 잔잔한 물결을 뒤로 두고, 길을 따라 반짝이는 빛이 나를 데려간다. 그 순간, 세상은 그저 축복처럼 빛난다.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곁에는 반짝이며 따라오는 빛이 있다. 그 단순한 장면이 내겐 가장 확실한 행복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묻는다.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을까. 그래도 나는 바란다. 지금처럼, 오늘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달리고 싶다. 계절이 스며들 듯, 하루하루를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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