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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가 만난 사람 26) 아이유(이지은 배우)

by 최재혁

여러분에게도 '최애' 연예인이 있는가? 아니, 요즘은 인플루언서라고 물어야 할까?

나는 20살 때부터 좋아하던 연예인이 있다. 내 또래와 함께 아저씨들이 참 좋아하던 가수인데, 어느 날 뮤직뱅크를 보는데 그가 나와 분홍신을 신고 춤을 추는데 정말 이뻤다. 맞다. 그는 바로 아이유다.

평생소원 중 하나는 '아이유 만나기'였다. 콘서트를 찾거나, 사인회에 방문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평범한 만남은 싫었다. 유독 나는 연예인들과 마주치기 좋은 직업을 선택했었는데, 경호원으로 근무할 때 마주칠 뻔했지만, 했지만으로 남았다.


한창 우리 언론의 문화면을 키우기 위해 영화 시사회에 참가할 때였다. 국내·국외를 가리지 않고, 영화제 또한 최대한 방문하고 있었다. 수많은 배우와 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외적으로 풍부해지는 나의 세계가 무척 좋았다. 영화 후기 글도 점점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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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시사회가 열린다고 하더라.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기사를 작성할 생각으로 기자 간담회를 신청했는데...

10년 동안 기다렸다. 이렇게 말하니 변태 같지만, 아이유를 대면하는 사실만으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당장 아이유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기자의 본분은 망각한 지 오래. 오늘은 순전히 내가 즐기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본 아이유. 당시 카메라가 없던 터라, 게다가 자리 배정도 잘못 받아 한참 뒷자리에 앉아 너무 흐릿하다. 아무리 핸드폰을 요리조리 만져봐도 흐릿하고, 또 흐릿하다.


기자 간담회가 시작됐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브로커'에 대해 설명하고,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자인 박경림은 배우들과 친화력 있는 진행을 선보이며, 참 매끄럽더라. 시사회 때마다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기자로서, 아이유를 정말 사랑했던 팬으로서 꼭 질문을 남기고 싶었다. 다행히 기자들의 질문 시간이 30분 정도 주어졌다.


대부분 감독인 고레에다와 칸 영화제 시상 여부에 대해 송강호를 향한 질문이 이어졌다. 내 관심은 아이유뿐이었다. 적절한 질문을 골라 던졌다.

"그다음 질문하실 기자님"이라는 박경림의 말이 나오자, 손을 하늘 높이 치들었다. 난 간택됐고, 요동치는 심장을 간신히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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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마이크가 내 손으로 들어왔고, 검은 손잡이를 잡은 내 손가락은 사정없이 날뛰었다. "이지은 배우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뱉을 때까지 머릿속이 하얗게 물들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 정도였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아이유는 날 바라봤다. 아이컨택. 수많은 팬이 '최애'와 눈을 맞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친다. 심장이 멎을 듯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뜨면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


슬며시 새어 나오는 나의 숨결을 느끼며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촬영했는데, 즐거웠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라고 물었다.


사실 나 이전 기자들의 질문은 매우 딱딱했다. 영화에 대한 질문이 많지 않았고, 일본인 감독에게 한국 배우들과 촬영 소감, 송강호의 칸 수상 여부 등 영화 외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아이유가 전하고 싶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아이유가 뱉었던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아이유는 슬며시 웃어 보였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아역 배우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을 전달했다. 난 이걸로 됐다.


오잉? 또 다른 아이유 사진이다. 맞다. 기자 간담회에 이어 시사회도 참석했다. 시사회는 간담회가 끝나고 2주 후에 열렸던가? 약간의 텀을 두고 열렸기에 바로 달려갔다.

이번엔 훨씬 잘 찍은 것 같다. 시사회는 영화를 보고 질문 시간이 주어진다. 이때도 아이유에게 질문을 남겼는데, 왜 그런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내가 느낀 아이유는 보이는 것에 무척 신경 쓰는 듯했다. 아무래도 기자회견이니 카메라 플래시가 연이어 터진다.


나의 어떤 모습이 찍힐지 모르니 긴장하게 되지만, 유독 다른 배우보다 허리를 빳빳이 세우고 표정 변화를 숨기는 듯했다. 최애 아이유가 힘들어하니 내 마음도 아프더라.


아이유의 마음가짐도 참 좋았다. 보통 기자회견 때 질문한 기자를 바라보고 답변하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필수는 아니기에 허공에 대고 답변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유는 질문한 기자를 어떻게든 찾아 뚫어지게 바라보더라.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듯해서 좋았다.(톰 크루즈는 질문하는 기자를 어떻게든 찾아서 뚫어지게 쳐다본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실물을 영접했던 아이유. 활발한 활동이 감사할 정도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 음악 보여줄 것을 믿기에 또 봤으면 좋겠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최애를 바로 앞에서 영접한 기분을 여러분은 아는가?


사실 TV와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내 인생에서 엄청난 역할을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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