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엔 끝이 없는 세상이다.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에 가서도 우린 펜을 꽉 쥐고 있다. 이후 취업 전선에 올라서도 자격증과 업무 숙지에 나서고, 직장 생활 중에도 퇴직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여러분은 더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좋은 강의를 찾아다닐 것이다. 난 우연히 인천시교육청에서 개최한 강연에 참석하게 됐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까?
한창 전 분야의 책을 탐구할 때가 있었다. 학문의 깊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책이라고 소문나면 당장 찾아 읽었다. 매주 도서관을 찾았고, 좋아하는 저자의 책은 직접 알라딘에서 구매했다.
'유' 씨 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했다. 유시민, 유현준, 유홍준 등 각 분야에서 걸출한 업적을 쌓고 있는 그들의 책은 내 깊이를 더했다. 유시민의 책이라면 뭐든 잡히는 대로 읽었다. 그의 뛰어난 글솜씨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유현준 교수는 집값이 오르면서 찾게 됐다. 집을 구매할 수 없는 한낱 월급쟁이로서, 건축과 도시가 뜻하는 바를 알고 싶었다. 알쓸신잡2에 나와 해박한 지식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한 그의 화법도 매력 있었다.
그렇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던 중, 퇴근길에 거창한 플래카드를 발견했다. '유현준 교수 특강, 학교 건축과 도시에 대하여'라는 문장으로, 한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운명적인 만남인가? 유현준의 책을 읽던 중, 유현준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당장 특강을 예약하기 위해 버스를 세 대나 놓쳤다.
강의가 있던 날,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렸다. 우연의 일치인가? 유현준의 책 표지의 색과 하늘의 때깔이 같았다. 그와 나의 운명적인 만남을 예고하는 듯했다. 교육청에서 열린 강의이기에, 교육 관계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300명의 참석자 중 無 관계자는 나뿐인 듯했다. 보시다시피 어르신들이 가득했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어떤 팝페라 가수가 무대를 띄웠다. 무슨 이유로 구성되었는지 모르겠는 팝페라 가수와 건축학과 교수의 만남은 알쏭달쏭했다.
오묘한 흐름과 반대로 심금을 울리는 팝페라 가수의 노래가 진행되던 중, 유현준 교수가 후문으로 입장했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객석 대부분은 고개를 180도 돌렸다. 팝페라 가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공연이 끝난 후 막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때 한 남성이 급작스레 무대로 뛰쳐나갔다. 오른손엔 한 권의 책을, 왼손엔 하나의 마커를 든 채 말이다. 마치 미어캣처럼 허리를 빳빳이 세워 현장을 목격한 나는, 뒤질세라 자리를 박찼다.
앞 차례만 기다리면 유현준과 만날 수 있다. 긴장되는 마음에 책을 쥔 손이 조몰락거리며 땀을 뱉어내는데, 앞사람은 유현준과 사진도 찍더라. '나도 찍을까?'라는 고민이 잠시 들었지만, 당시의 난 지금보다 부끄러움이 많았다.
앞사람이 지나갔다. 유현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날 끌어안았다. 약속한 것처럼 그에게 향했다. 책을 내밀고 가만히 바닥만 쳐다봤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부드러운 말투와 그윽한 눈빛이 아직 날 보고 있었다. "최재혁입니다." 소심한 난 바닥과 눈싸움만 했다. 유현준은 웃었다. 아니, 웃은 것 같았다. 그제야 난 그를 마주 봤다.
'최재혁 님 학교 건축과 도시를 바꿔주세요'라고 적은 유현준은 "학교 건축과 도시를 바꿔주세요"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내가 뱉은 유일한 단호함이었다.
이후 1시간의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 내용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꽤 유사해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기쁨이 컸다. 내가 읽고 이해한 바를 대조해 볼 수 있었다. 학교 건축에 참 문제가 많더라.
확실히 뛰어난 교수의 강의는 와닿는다. 무언가를 바꾸게 하기 위해선 상대를 와닿도록 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그는 명강의를 하고 있던 것이다.
강의 말미에 유현준은 당부했다.
"이 강의로 무언가를 바꿀 순 없습니다. 하지만 한 분, 한 분이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한다면 우린 바뀔 수 있습니다. 꼭 학교 건축과 도시를 바꿔주세요.“
이 글이 가치 있길 바란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건축에 진심인 유현준 교수에게
학교의 건축이 굉장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교육의 시급한 문제가 더 추가됐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