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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가 만난 사람 30) 이강인 축구선수

by 최재혁

2019년,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달궜던 이야기가 몇 개 있었죠. 그중 가장 기억 남는 건 'U20 월드컵'이 아닐까 싶다.

탄핵으로 나라가 시끄럽고, 급작스러운 대선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때 세계에 나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보여준 끈기와 열정은 강한 원동력이 됐다.

10년 만에 이강인의 이름을 다시 들었다. 나도 어렸던 시절 슛돌이를 보며 또래의 발재간을 응원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유상철 감독이 크게 아꼈던 축구 유망주. 이강인은 뛰어난 잠재 능력을 보유했다.

2019년 6월, 대한민국의 유망주 이강인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을 입증했다. 대표팀의 막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두뇌와 센스로 킬 패스를 찔러줬고, 기막힌 타이밍으로 동료의 골을 도왔다. 대회가 끝난 후 그는 대회 최우수 선수로 꼽혔으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청년들의 이야기는,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유지됐다. 당시 사회부 인천지국 취재팀에서 근무할 때라, 이강인과 태극전사들이 입국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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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처럼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진을 쳤다. 이때 시간이 아마 새벽 5시 정도였을 것이다.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해 비몽사몽일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새벽 1~2시부터 공항을 찾았다.

오른쪽은 MBC에서 나온 스포츠팀이었는데, 어떤 아나운서와 함께 라이브 생중계를 하러 왔다. 그만큼 국민의 뜨거운 열기를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새벽이라고 해야 할지, 아침이라고 해야 할지. 오전 5시 37분에 일명 '뻗치기'를 하고 있다.

시간은 어영부영 달려가고, 선배와 나는 지쳐갔다. 집에서 새벽 2시에 나와 졸린 눈을 비비며 허기진 배를 감싸 안았다. 뭐라도 먹고 올까 싶어 편의점을 들렀지만, 일하러 와서 돈을 쓰긴 아깝더라.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드디어 때가 왔나 싶을 때 곳곳에서 "스탠바이!!"라고 강하게 소리쳤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미 충분히 경험한 순간이었지만, 순간을 놓치면 안 되는 장면이기에 눈 부릅뜨고 입국장을 쳐다봤다. 마침내 이강인, 아니 빛이 들어왔다.


대표팀의 선전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선수들과 코치진은 입국 후 잠시 대기했다. 선배와 난 마땅한 자리를 찾아 기자회견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강인과의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


이렇게 멀리서 흐릿하게 보려고 6시간을 기다렸나... 우울한 상태로 선배를 쳐다봤다. 그렁그렁한 내 눈을 본 선배는 "시간 남은 거 같으니 다녀와"라고 쿨하게 반응했다.


곧장 이강인 선수에게 다가갔다. 귀여운 백호 인형을 손에 든 그는, 뒤쪽에 자리 잡아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가까이 다가가기엔 그의 프라이버시를 깨는 것 같아, 10걸음 뒤에서 촬영했다. 이강인은 날 인식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시작하려 하자 그들의 대화가 끊어졌다. 난 세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이강인은 동료 선수와 함께 농담을 주고받더라. 내용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노코멘트.


시시덕거리던 이강인은 기자회견에 들어가기 전, 옷매무새를 고쳤다. 이때다 싶었다. 세 걸음 더 다가가 이강인에게 소리쳤다. "이강인 선수!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이미 나라는 존재를 느꼈던 이강인. 나 이외의 사람이 있었다면 부담스러워 무시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 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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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정말 귀엽고 상큼하지 않은가? 해맑은 고등학생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고개를 아래로 내리더니 얄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의 풋풋한 얼굴이 핸드폰 액정을 통해 내게 들어왔다. 남자를 보고 이토록 심장이 떨려본 적이 있던가? 이래서 사생팬이 되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있다. 이강인을 찍는 게 아닌, 같이 셀카로 찍을걸. 그랬다면 더 귀중한 사진이 남았겠지.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어느 언론사도 담지 못한 얄궂은 미소를 담았다. 오로지 나만 말이다.

이강인은 소년티를 벗고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이미 저 나이에도 멋진 어른이었지만, 2023년의 이강인은 더욱 기대되는 축구선수이자 대단한 어른이다. 그의 미래가 거창해질수록 내 소중한 사진은 더욱 귀해질 것이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지금은 대한민국 축구를 이끄는 이강인


될성부른 새싹은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했던가?


그의 해맑은 웃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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