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난 정말 아기일 때부터 스포츠를 참 좋아했다. 야구, 축구 경기는 빠지지 않고 봤을 정도로. 아마 내 또래는 다 그러지 않았을까?
성인이 되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는 종목이 변했다. 신기하게 배구에 꽂혔다. 아무 이유도 없이 배구장을 찾았다.
텅 빈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했고, 사람이 없다 보니 자주 TV에 비치기도 했다. 하여튼 내 인생에서 짧고 강렬했던 배구의 역사 중 가장 좋아했던 선수를 언급해 볼까 한다.
'문정원'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2명이 뜬다. 한 명은 이휘재의 부인이자 플로리스트 문정원이고, 다른 한 명은 배구 선수 문정원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물론 후자 때문이다. 굳이 2명의 문정원을 언급하는 이유는 배구 선수 문정원이 "이휘재 씨 와이프보다 먼저 검색되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서. 지금은 배구 선수가 먼저 나온다.
문정원은 눈에 띄지 않는 선수다. 작은 키에 왼손잡이 공격수는 단점이 너무 많았다.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훈련했다.
시합에 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운동만 했다. 그러나 기회가 찾아왔다. 노력은 기회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마침내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몇 년간 재활에 매진했다.
정말 우연히 봤다. 흥국생명을 응원하러 간 자리, 에이스 이재영이 미친 듯 활약했다. 상대 팀 도로공사는 무참히 무너졌다. 그 당시 최약체였던 그들은 뛰어난 선수 하나 없이 무너져 버렸다. 흥국생명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신이 나서 방방 뛰었고, 도로공사는 몸이 굳은 듯 움직임이 어색했다.
이미 경기가 기울었던 그때, 온몸을 내던진 선수가 있었다. 누가 봐도 잡을 수 없는 공이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다이빙했다.
결과는 가까스로 실패. 무릎이 퉁퉁 부었을 만한 다이빙을 해놓고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하지만 그 선수는 옷을 탈탈 털더니 "아자!"라고 외치며 일어섰다. 맞다. 그가 바로 문정원이다.
한눈에 알아봤다. 저 선수는 진또배기구나.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구나.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도 항상 이길 순 없다.
지더라도 과정이 중요하고, 결과도 납득이 되어야 한다. 문정원은 그런 선수다. 이길 땐 다른 선수를 빛나게 하고, 지더라도 자신의 몸을 태워 의지를 만들어 내는 사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스스로 빛나길 바라지 않는 선수. 그날 도로공사는 졌지만, 문정원은 지지 않았다.
가끔 리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팀을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사람과 해가 되는 사람을 구분해 본다. 아무런 관련이 없더라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판단해 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어떤 팀의 리더거나, 사업을 한다면 가장 데려오고 싶은 사람도 생각해 본다. 내겐 1순위가 문정원이다.
이후로 문정원의 팬이 됐다. 살면서 이토록 진심으로 누군가를 응원해 본 적이 있을까?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가 흡족했고,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마음이 아팠다.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함께 기뻐했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했다.
최근 몇 년은 삶에 치여 배구 경기 한 번을 못 봤다. 지금도 잘하고 있는지,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봤던 문정원은 지금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기에 응원했던 거니까.
만약 여러분 곁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잡길 바란다. 스스로 뛰어난 사람이라고 홍보하는 경우치고 '진짜'를 본 적이 없다. 진짜는 항상 흙 속에 숨어있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사회에 가장 필요한 구성원은
천재도, 실력자도 아닌
묵묵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