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명 배우 '견자단'이 내한했었다. '천룡팔부 교봉전'이라는 영화를 들고 우리를 찾았는데, 그리 잘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무협 영화이기도 했고, 중국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부정적인 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언론 시사회로 견자단과 만나고 왔다.
엽문의 견자단을 본 적이 있는가? 굳이 내가 엽문의 견자단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태 그 어떤 엽문을 연기한 배우도 견자단만큼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
견자단은 엽문을 연기하며 특유의 인자함, 배려, 성품을 드러냈다. 거기다 분노하더라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주먹으로 해결한다. 자신만 바라보는 수십 명의 제자와 이웃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도 한다. 진정 '참리더'가 아닌가?
실제로 만난 견자단은 엽문의 이미지와 상당히 멀었다. 패션도 상당히 편안하지 않은가? 힙한 것도 같고, 구세대보다 신세대 느낌이 난다.
당신은 견자단이 몇 살처럼 보이는가? 보통 4~50대가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견자단은 만 59세, 우리나라 나이로 61세다.
견자단이 시사회에 임하는 마인드 또한 좋았다. 보통 시사회 참석 감독, 배우들은 영화가 끝난 후 기자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영화 시작 전에 잠깐 얼굴을 비추며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며 3분 정도 대화를 이어갔다. 음식 나오기 전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천룡팔부 교봉전'이 상당히 재밌었다. 무협, 무술영화를 좋아해서 그럴까? 완전히 내 취향이라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넋을 놓고 봤다. 주변 기자들은 조금 난해한 것처럼 보였다.
시사회가 시작하자 열린 포토타임. 한 촬영기자가 "포즈 하나 취해주세요"라고 말하니, 스스로 멋진 포즈를 자아냈다. 무술가에게는 그들만의 자존심이 있는데, 멋진 포즈를 취하는 모습 자체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본격적인 시사회가 시작됐다. 그는 50년 넘는 영화계 경력을 최대한 살려 영화를 찍었고, 코로나19 상태에서 CG를 곁들인 촬영이라 더더욱 제작 환경이 열악했다더라.
내한 배우를 많이 만나본 건 아니지만, 가장 진심으로 시사회에 임한 경우는 톰 크루즈와 견자단이다. 모든 질문을 꼼꼼히 듣고 깊게 판단하며, 자신이 내린 정의를 진정성으로 답한다. 견자단의 대답만 들어도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막간을 이용해 나도 질문 하나 남겼다. "무협 액션이 가득한 영화인데 촬영하면서 어렵지 않았는지, 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그러자 견자단은 약 5분 넘게 대답했지만, 축약해서 "촬영하며 가장 주의한 건 배우의 부상, 특히 자신의 부상이다. 혹여나 다치게 되면 영화가 '올 스톱'이 되기 때문에 매 순간 주의했다"고 답했다.
또, "영화 경력이 쌓일수록 중요한 건 세심함이다. 세트장에 살짝 튀어나온 못 하나가 배우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난 항상 누구보다 1시간 일찍 방문해 만전을 기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견자단이라는 배우를 워낙에도 좋아했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이 성공하다 보면 자만하기 마련인데, 주어진 모든 순간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슈퍼스타 견자단 또한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겨우 내가 뭐라고 세상을 등진 듯이 사는가?
과연 나는 60세가 됐을 때 견자단만큼 멋진 사람이 되어있을까? 그처럼 인생을 잘살아 보고 싶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환갑이 넘어도 젊게 사는 청춘스타 견자단
몸의 노화와 마음의 늙음이 다른 것은
내 안에 청춘이 남아있느냐의 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