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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이제 깨어 울어라, 노래해라, 너의 여름이 온다

아직도 병상에 누워있는 고요한 J에게

by 여온빛


시원하게 뻗은 느티나무 가지 안

어미몸에서 나온 작은 구슬 알 하나

유충되어 엄마의 품일까 찾아간 곳,


어둡지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고향 같은 곳,

느티나무 땅 아래에서 이레의 해를 보내는 매미

그 어디에도 빛은 없지만

빛가운데로 나설 그 순간을 기다린다


인내하고 기다리고 성장하는 긴 시간

바깥세상과 단절된

외롭고 고독한 긴 시간이 지나고,

빛으로 나갈 시간이 다가온다


아름답게 펼쳐질 날개들이 만들어지고

멋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빛나는 무대로 나갈 시간이 다가온다


칠 년의 어둠을 뚫고

세월의 긴 침묵을 깨고

세상 위로 올라온

존재의 외침이여

여름의 주인공 매미여


너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대에 오를 며칠을 위하여

터널 같은 고독을 인내했구나


너의 소리는 격렬하고도 위대하다

긴 밤을 지나 다시 뜨는 태양보다도

대단한 혁명의 외침이고

아름다운 생명의 찬가구나


천둥소리 보다 더 우렁찬 너의 소리를

하얀 침대에 누운 우리 J에게도 들려주라

너의 희망찬 혁명의 외침을

너의 기적 같은 생명의 노래를


지금 J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지만,

나는 믿는다
너의 노래를 그가 듣고

같이 부를 거라고


지금은 어두운 고독 속에서 인내하고 있지만,

그 시간이 차고 나면 너처럼 세상의 빛으로 나와 외치겠지


J의 여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나는 믿는다

그의 목소리가, 그의 노래가

언젠가 고요를 찢고 돌아올 거라고


네가 어둠을 뚫고 첫울음을 터뜨리듯,
J도 이 긴 잠을 넘어
다시 나에게 말해줄 거라고.


그럼 나는 들을 거야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그 기적의 노래를,


매미야 울어라

매미야 노래해라

J도 울어라, 노래해라

너의 여름이 온다



제법 여름이 바짝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의 소리를 생각하면 매미가 떠오릅니다.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베어 물면 항상 창밖에서는 매미가 같이 좋아해 주는 여름풍경입니다.

매미는 어미가 나뭇가지에 알을 낳고 유충이 되면 땅속으로 들어가 7~17년을 5번 이상의 탈피와 성장과정을 겪고 세상에 나와 2주 정도 살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긴 시간을 어두운 곳에서 인내하고 세상 나갈 준비를 합니다.

이것을 안 후로는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불평하지 않습니다. 그저 숭고한 생명의 노랫소리로 들립니다.

여름 매미가 생각나니, 병상에 수개월째 누워있는 J도 어쩌면 세상에 나오기 전 성장하는 시간을 보내느라 눈을 감고 고요 속에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에는 긴 터널에서 나와 쨍쨍한 빛 가운데, 환한 세상에서 수박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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