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헬렌 켈러의 각도기 영도 0°자리

빛도 소리도 희망을 잃은 수많은 헬렌켈러들에게

by 여온빛

눈에 닿는 세상빛 하나 없어 보이지 않고

소리는 있다는데 소리 하나 귀에 닿지 않아 들리지 않으니

난 닫힌 우주 안에 홀로 갇힌 별,

빛 한 줄기조차 소리 한 조각조차 가질 수 없는 어둠에 갇힌 별,

버려진 외로운 별입니다


내 영혼의 자리는 언제나 깊은 호수 저 어두운 밑 깊숙한 자리

호수 위 세상은 내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진공의 자리

호수 위 세상의 모든 말, 색, 소리도 들어올 수 없는 고독한 심연의 자리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 방향도 없고

아무 길도 없고

아무 희망도 없는 영도(0°)의 자리

그것이 나의 자리입니다


아니다 아니다 헬렌,

영도(0°)는 방향을 잡고 달려갈 준비를 하는 시작점이란다

가장 많은 것을 품은 자리이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무한한 잠재성을 품은 축의 자리이며,

저 앞에 수많은 가능성의 선들을 보고,

선들이 만들어 낼 수많은 길들을

설렘으로 상상하는 희망의 자리란다


경주마가 출발선에서 숨 고르기 하는

세상을 향한 멋진 달음질의 시작점,


목마른 세상 해갈 할 단비 내려 보내기 전

세상을 향하여 숨을 참는 하늘의 축복이 시작되는 점,


앞에 놓인 높고 험한 산을 향하여,

신발 끈 단단히 매고 큰 숨 크게 고르며

작은 한발 디딜 준비하는 용기 있는 자의 결심자리


이 아름다운 희망의 시작점이 바로 영도(0°)란다

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주어진 인생 각도기의 시작점이란다


자, 이제 영도(0°)에 서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정해보자

혹 그 방향이 아니라면 각도를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자

혹 한 선으로만 아니어도 좋다 여러 선을 그어보자


괜찮단다 각도기에는 수많은 눈금이 있단다

인생 각도기에는 수많은 기회와 방향이 있단다

너무 설레지 않니


각도기의 작은 눈금 사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듯 가깝지만

그 한 치의 틈이 선으로 길게 뻗어나가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진단다

너무 신기하지 않니


이게 인생이야 헬렌
처음엔 사소한 차이처럼 보여도
시간의 길 따라 한걸음 한걸음 뻗어 나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단다


혹여나 가던 길을 바꿔야 하면 걱정 말아라

우린 다시 영도(0°)를 기준 삼아 방향 조준을 하면 된단다

영도(0°)는 비워진 마음이자
모든 가능성이 열리는 가장 고요한 시작점이란다


영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리 같지만,
실은 모든 방향이 시작되는 자리란다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방향을 틀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기준이란다


헬렌의 세계는 1도씩 달라지고

또 다른 1도의 선이 그어지며

시간이 지나 선이 되고, 길이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의 세상을 열어줍니다


눈금도 없고 방향도 안 보이는 것 같은 자리

하지만 사실 모든 가능성을 품은 자리

그곳이 바로 우리 인생의 각도기 영도(0°) 자립니다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영도(0°).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세상의 어떤 빛도 보이지 않고 세상의 어떤 소리도 나와 관계없는 것 같을 때, 더더욱 나의 말도 뜻도 통하지 않아,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는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보지도 듣지도 말도 못 하는 헬렌켈러처럼요. 하지만, 그런 좌절과 어둠만이 다인 것 같을 때가 기적이 시작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은 항상 있습니다. 문제는 희망을 찾지 않고 감은 눈이고, 희망의 소리를 듣지 않는 귀입니다.

희망은 각도기의 눈금처럼 많이 있으니 눈금들을 손에서 놓지 마세요. 눈을 뜨고 앞을 보고 숨을 고르고 준비하세요.

그리고 설렘을 가져보시고 신비하게 펼쳐질 빛나는 미래를 상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런 간절함을 담아, 마치 설리반선생님이 나타나 나같은 헬렌에게 했을법한 말씀을 글로 끄적끄적해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28화나를 뽑아버리고 밟는다면 나도 대지의 전사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