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소리들을 따라가며
기억의 뚜껑이 터지는 순간
모두가 숨죽여 기다리는 순간
하얗고 뽀얀 탄생의 순간을
두 손 꼭 쥐고 간절히 기다리는 순간
눈을 떼지 못하겠는데
찬란한 폭죽 앞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순간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잠시라도 자리를 뜰 수 없는 순간
솟아나는 흰 연기 속에서
산신령이 나와 우렁찬 외 한마디 내뱉기 전
양쪽 두 귀를 틈새 없이 꼼꼼히 막아야 한다
뻥 이 요~!
세상 젤 좋은 울 엄마 손도 확 뿌리치고 달려가게 하는 소리
콩나물 좀 더 넣어달라는 아주머니 소리도 멈추게 하는 소리
털털대는 방앗간 기계소리도 덮는 소리는
모락모락 피어오는 뽀얀 연기와 함께
한여름 눈송이 꽃처럼 하늘에 퍼진다
이제는 시간이 삼켜버린 소리지만
흑백영화에 담긴 소리처럼
내 안에서는 아직도 천둥처럼 울려 퍼진다
시간의 문을 여는 땡땡땡 교회 종소리
휙 날아와 마당에 척 안착하는 새벽신문소리
골목길 따라 부지런히 달리는 아침의 전주곡 같은
우유배달 자전거소리
온 동네에 따뜻한 삶 조각을 배달하는 두부아저씨 종소리
지지직 엘피판에 바늘 긁히는 소리
잠자기 전 찹쌀떡~ 메밀묵~ 소리
하루의 끝을 맺는 애국가와 티비의 치지직 소리
단연 소리 중 최고의 소리는 뻥이다
그 소리에 담긴 설렘과 기쁨은
어느 명곡도 흉내 낼 수 없는
가장 순수하고 강렬한 행복의 울림소리
피어오르는 구수한 냄새와
한 줌의 따뜻한 온기와
입안에서 바삭바삭 퍼지는 소리마저 맛이 되는 뻥이요
이제는 들리지 않아서
더 또렷이 들리는 소리가 된
내 기억의 메아리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 예전에는 일상같은 아날로그 소리들이 이제는 기억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 되었네요. 추억하며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끄적끄적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