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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면담에 담긴 이야기들

Chapter 2. 인사담당자로 살아남기

by 문장담당자

"이직 면담에 담긴 이야기들 - 더 나은 삶을 찾고 싶어서요"


이직 면담은 언제나 조금 쓸쓸하다.
한 사람이 조직을 떠나기 위해 마주 앉는 자리.
그 자리는 공식적이지만, 동시에 감정적이다.
사직서를 시스템에 제출하기 전 혹은 이미 제출한 후 ‘왜 떠나려고 하는지’를 듣기 위한 이 면담은 인사담당자에게는 작은 이별의식이자 조직을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단서다.

“다 좋은데요… 뭔가 제 자리가 아니란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보다 더 배우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애써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서요.”
나는 그 말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최대한 묻지 않는다.
“정말 괜찮으세요?” 같은 말은 쉽게 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기다린다.


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오래 고민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선택은 충동이 아니라, 쌓이고 쌓인 감정의 결과다.
그래서 면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정이 어떤 이야기 끝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되짚는 일.


한 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보다 돈을 더 주는 회사로 가는 거예요.
하지만 사실은… 누가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고 싶었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보상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여기서 어떤 존재로 보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직의 가장 큰 이유였던 것이다.


또 다른 날엔 “출산 후 복직했는데, 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어요.”
“일은 하고 싶은데 엄마로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 이야기에 나는 같은 또래 아빠로서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조직이 품지 못한 공백과 복귀의 감정.
그것이 누군가를 떠나게 만든다.


“더 나은 삶을 찾고 싶어서요.”
그 한마디로 정리되는 이직 사유 속에는
일, 사람, 생활, 가치관, 미래, 지침, 희망…
모든 단어가 함께 있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우리 조직은 이 사람에게 충분히 귀 기울였는가?’
‘나는 이 결정을 미리 알 수 있었을까?’
‘우리가 조금만 더 따뜻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물론 어떤 이직은 단순한 성장의 여정이기도 하다.
“지금 회사 너무 좋아요. 그래서 더 아쉽네요.
근데 그곳에서 배워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그 말은 조금 덜 아프다.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럴 땐 나는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다음 여정을 상상한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좋은 동료였어요. 많이 배우셨던 것처럼, 저희도 많이 배웠어요.”


이직 면담은 때로 회사의 거울이 된다.
사람들이 왜 떠나는지를 알면 조직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질문이 된다.


나는 퇴직 면담 후 혼자 조용히 정리 메모를 남긴다.
‘복귀 후 역할 설정 미흡.’
‘조직 내 성장 경로 인식 부족.’
‘보이지 않는 헌신에 대한 피드백 미흡.’
이 메모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지만, 다음 사람을 지키기 위한 나만의 기록이다.


떠나는 사람의 말은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조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말들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가장 조심스럽게 들어야 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직은 누군가의 사적인 결정이지만, 인사담당자에게는 조직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창이다.
그 창 앞에 앉아 있는 지금, 나는 더 자주 묻고 싶다.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일하셨나요?”

“우리 조직이 당신에게 어떤 곳이었나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있었던 시간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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