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내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어느 날 갑자기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가를 마치고 명상에 들어간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을 써야겠다’
그때 내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감정들로 엉켜 있었다.
말로 털어놓기 어려운 생각들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었고,
명상만으로는 그것들을 풀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했고, 브런치에 입문했다.
어느 밤,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딩동’ 진동으로 바꿔놓지 않은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아이는 그 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졌고, 내 핸드폰을 집어 들며 물었다.
“엄마, 브런치스토리가 뭐야?”
“엄마 글 쓰는 곳이야. 자, 책 마저 읽자!”
“엄마가 쓴 글 읽어주면 안 돼?”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책을 덮었다.
어떤 글을 읽어줄까 고민하다가,
‘어부바, 내 사랑’을 골랐다.
[ 그럼에도 가끔, 아주 가끔,
아이가 지쳐 내게 기대 오는 날엔
기꺼이 등을 내어줄 것이다. ]
글을 듣던 아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왜 우냐고 묻자,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아이가 글 속에서 느낀 건 뭘까.
자신이 힘들 때 늘 곁에 있을 엄마의 마음이 닿은 걸까.
아이의 눈물에 말은 없었지만,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읽는 재미가 있었는지
그 후로 아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 글을 읽었다.
‘엄마가 창피했던 순간’을 담은 글에선 미안하다며 울었고,
수술 날짜를 잡고 남몰래 울었던 글에선 안타까워했다.
거실에서 다 같이 자자는 엄마의 꼼수를 들킨 글에선,
그게 그런 뜻이었냐며 깔깔 웃었다.
때늦은 나의 진심에 아이는 울고 웃었다.
아이에게 차마 말로 다하지 못한
서운함, 뿌듯함, 슬픔 같은 감정들이
글을 통해 아이에게 전해지는 걸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글의 힘을 느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됐다.
엄마의 감정을 숨기기보다,
때로는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아이에겐 이제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겼고,
나는 그 마음을 존중받을 만한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
어쩌면 곧 사춘기를 맞을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가르침’보다 부모의 진심 어린 ‘인정’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나는 글을 더 잘 써야 할 이유가 생겼다.
서툰 내 글로 인해 아이와 나 사이에 쌓인 마음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나는 더 정제된 언어로, 더 따뜻한 문장으로
아이에게 마음을 건네고 싶다.
다음 글은 언제 올라오느냐고 묻는 아이를 위해서.
지금도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의 아이에게.
엄마는 네가 내 글을 읽고 어떤 마음이었을지, 오래 생각했어.
너의 마음이니 엄마가 다 알 순 없지만,
어쩌면 엄마의 마음과 닿아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봐.
네가 글을 읽으며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너에게 닿았다는 걸 느꼈어.
그래서 더 고맙고, 또 미안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웠단다.
네 마음속엔 이미 멋진 말들이, 예쁜 문장들이 자라고 있어
엄마보다 더 멋지게 글을 쓰는 날도 곧 오겠지.
앞으로도 엄마는 말보다 글로 네 마음에 다가가 보려고 해.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천천히,
글로 읽어가는 사이가 되겠지.
오늘 너에게 쓰는 이 글이 먼 훗날에도 네 마음 어딘가에
따뜻하게 남아 있길 바라.
언제나 너의 행복을 빌며,
사랑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