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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노아, 연어 그리고 미소 드레싱 샐러드

한 그릇의 온기,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멈춤의 온도.

by 호주아재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
하루의 끝에 남은 온기를 되살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이 따뜻한 퀴노아 샐러드를 만든다.

부드럽게 끓는 냄비 속에서 퀴노아가 천천히 숨을 쉰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제 속도로 익어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익는다'는 건 단순히 열에 닿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기다림에 자신을 맡기는 일이라는 걸 요리는 늘 이렇게 가르쳐준다.

브로콜리니는 잠시 끓는 물에 들어갔다가 초록의 생기를 조금 덜고, 대신 온기를 입는다.
백설콩은 그 곁에서 찰나의 열을 받고 고요히 빛을 내며 그릇에 담긴다.
당근의 채 썰린 결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그 안에도 어느새 부드러움이 스며든다.

프라이팬 위의 연어 처음엔 불을 두려워하지만 곧 그 불을 품는다.
껍질은 바삭해지고 속살은 촉촉하게 남는다.
그 두 세계가 공존하는 게 마치 인생과도 같다.
바깥은 단단하게, 안은 여전히 따뜻하게 버티면서도, 잃지 않으려는 온기 하나.

미소 드레싱을 젓는 손끝에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짠맛과 신맛, 단맛과 고소함이 서로 어울릴 때
그게 바로 삶의 맛이 아닐까?
서로 다른 성질이 부딪히고 녹아들어 하나의 맛을 만들어내는 그 순간이 요리의 철학이자, 인간의 이야기 같다.

따뜻한 퀴노아 위에 연어를 올리고, 브로콜리니와 당근을 얹은 뒤 미소 드레싱을 천천히 흘려보낸다.
모든 재료를 그릇에 담아내면 따뜻한 김이 피어오른다.
그리고 한 숟가락 뜨면 퀴노아의 고소함, 연어의 풍미,
그리고 미소의 부드러운 짠맛과 단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한 입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건 하루를 살아낸 사람에게 주는 작은 쉼표,
멈춤의 온도 같은 특별식이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더 빠르게'라고 말하지만,
요리는 정반대의 언어로 속삭인다.
"천천히 익어도 괜찮다. 너만의 온도로 멋진 맛을 내라."

이 샐러드는 그 말을 대신 전한다.
불 앞에 선 사람도, 식탁에 앉은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따뜻해진다.
삶의 속도가 잠시 멈추고, 마음의 온기가 다시 돌아오는 그 찰나...

그게 바로 초겨울의 따뜻한 샐러드가 가진 철학이다.
멈춤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다시 살아난다.





요리초보도 헤드셰프가 되는 세상에서 제일 만들기 쉽고 맛있는 퀴노아, 연어 그리고 미소 드레싱 샐러드 만들기.


준비시간 20분, 조리시간 20분, 4인분 기준

● 재료
• 퀴노아 1컵(200g), 씻어서 물기를 뺀 것


• 브로콜리니 1단(또는 브로콜리 반덩이), 끝부분을 다듬은 것


• 백설콩 300g, 세로로 얇게 썬 것
(Snow Pea라고 하는 껍질째 먹는 완두콩입니다. 없으면 일반 삶은 완두콩 200g으로 대체하셔도 됩니다.)


• 당근 1개, 껍질을 벗기고 채 썬 것
• 껍질이 붙은 연어 필렛 4조각 (구이용)
• 쌀 식초 2큰술 (사과 식초로 대신하셔도 됩니다.)
• 미소 페이스트 1큰술
• 저염 간장 1큰술
• 흰 설탕 3작은술
• 참기름 2작은술


■ 만들기
•1단계
퀴노아를 냄비에 넣고 약 10분 정도 끓입니다. (물을 조금 많이 잡아주세요)

•2단계
퀴노아가 익는 동안 브로콜리니를 큰 냄비에 넣고 끓는 소금물에 3분간 또는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힙니다. 브로콜리니에 백설콩을 넣고 30초간 익힙니다. 물기를 잘 뺍니다. 브로콜리니 혼합물을 큰 그릇에 담고 당근을 넣고 잘 버무립니다.

• 3단계
연어를 큰 프라이팬에 중불에서 양면을 각각 3분씩 또는 원하는 정도로 익을 때까지 익힙니다. 연어를 접시에 옮겨 담고 호일로 덮은 후, 5분간 그대로 둡니다.

• 4단계
작은 그릇에 식초, 미소 페이스트,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고 잘 섞습니다. 퀴노아를 접시에 나누어 담습니다. 연어와 브로콜리니 혼합물을 위에 얹습니다. 미소 드레싱을 뿌려 서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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