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part 2 스펙트럼
나는 한때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서 우리만이 유일한 생명체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간과했던 것이 있었다. 나는 외계인을 상상할 때도 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 속에서 할머니가 문자 언어의 영역에서만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려 했듯이, 인간은 결국 새로운 존재를 마주할 때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다시 만날 때는 우리는 더는 유약한 이방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도구를 가져갈 것이다. 그들에 관한 정보를 눈으로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말을 분석하고 그들의 문자를 분석할 것이다. 루이와 할머니의 관계는 재현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할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구절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유약한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유독 마음에 박혔다.
마치 첫사랑이 가장 아픈 사랑이 되는 것처럼, 가장 약한 순간 떠난 친구가 가장 나쁜 친구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인간이 초라해질 때야말로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가장 깊이 이해하게 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으며 영화 <컨택트>가 떠올랐다. 인간과 외계인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희미하지만, 타인의 언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조차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서로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깊이 남아 있다.
나와 전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어쩌면 세계를 넘어 우주를 끌어안을 준비를 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