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de: 무역왕 김스타 5화

또 패키지가 문제야?

by 이설아빠

"시장조사부터 시작합시다."

기석의 말은 분명히 단순하고 명료했다. 하지만 도현에게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도현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시장조사라... 도대체 뭐를, 어떻게 조사해야 한단 말이지? 경제환경? 소비자 특성? 경쟁사? 인증?'

그는 모니터에 띄워둔 구글 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사무실 맞은편 자리에서 효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대표님! 리뷰 보셨어요? 조금 전에 또 올라왔는데... 이번에도 패키지 관련 불만이에요."

도현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요? 뭐라고 그래요?"

효진은 긴장한 얼굴로 모니터를 돌려 보여주며 읽었다.

"포장이 너무 허술해요."

"뚜껑이 헐거워서 세면대에 다 쏟았어요."

"배송 상태도 별로."

"뭔가 저렴한 느낌이에요. 선물하려 했는데 망했어요."

도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가 커피를 내리던 기석을 향해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기석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

"효진 씨, 전체 리뷰 다시 한번 정리해서 공유해 주세요. 그리고..."

도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중얼거렸다.

"패키지, 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할 것 같아요."

효진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이 부분이 걱정이 되어서 지난번 소개받았던 프리랜서 디자이너 지우 씨한테 미리 연락해서 상담을 받았어요. 그리고 오늘 오후에 미팅이 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도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우 씨가요? 그럼 지금 바로 연락해서 시간 좀 잡아주세요."


오후 3시. 사무실 문이 열리며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서지우였다. 차분한 검정 셔츠와 청바지, 단정한 단발머리. 언제나처럼 캐주얼하지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랜만이에요."

도현은 조금 민망한 듯 웃으며 말했다.

"지우 씨, 바쁘실 텐데 급하게 부탁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요. 어차피 근처에서 미팅이 있었거든요. 바로 보여주시겠어요?"

도현은 회의실에서 패키지 시안과 제품 샘플을 꺼냈다. 지우는 조용히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말했다.

"대표님, 잘 아시겠지만, 코스메틱, 즉 화장품은 감성 제품이에요. 패키지가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해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제로 지금 패키지 때문에 리뷰가 안 좋아요. 구매자 분들 중에는 환불까지 요청하고 있고요."

지우는 제품을 손에 들고, 천천히 돌려보며 말했다.

"특히, 타깃이 남성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해요. 남성 소비자는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일반적으로는 튜브형보단 펌프형을 선호하고, 화려하기보단 고급스럽고 묵직한 느낌을 원하죠."

그녀의 설명은 간결하지만 명확했다. 도현은 놀라운 듯 물었다.

"지우 씨, 남성 소비자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셨나 봐요."

"예전 남성 화장품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거든요. 비슷한 이슈였죠."

도현은 작은 감탄과 함께 웃음을 지었다. 지우는 노트북을 꺼내 디자인 참고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회의실 공기는 묘하게 차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도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우리 제품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좀 더 명확히 하려면 뭐부터 생각해야 할까요?"

지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노트북을 돌려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페이지 하나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대표님, 마케팅 믹스라고 들어보셨어요? 흔히 '4P 전략'이라고 불러요."

"4P...?"

"네.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간단히 말하면, 제품, 가격, 유통, 촉진 이 네 가지가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에요. 판매하고자 하는 시장과 타깃을 명확히 한 다음, 이 네 가지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브랜드가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우의 설명을 들었다. 지우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한다면, 고급스러운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이고, 가격도 싸면 안 돼요. 그리고 그런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유통 채널과 감성적인 광고 전략도 필요하죠. 고급 컨셉인데, 동네 편의점에서 팔면 안 되겠죠? 반대로 저가 전략을 쓴다면 대량 생산, 저렴한 패키지, 할인 프로모션 같은 게 따라와야 하고요."

"아, 그러니까 제품 하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타깃에 맞춘 전체 마케팅 전략을 같이 봐야 하는 거군요."

"맞아요. 제품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되는 거예요."

근처에서 이를 듣고 기석이 가까이 다가와 지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죄송하지만 제가 한 가지를 더 보태어도 되겠습니까?"

기석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도현과 지우는 깜짝 놀랐다.

"네. 말씀하세요, 한 선생님."

"최근 디지털 전환과 고객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현대 마케팅에서는 고객의 시선에서 가치를 정의하는 4C 즉, Customer Value,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 저도 4C 많이 들어봤어요! 요즘 4C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기업들이 많더라고요."

지우가 기석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잠시 기석은 숨을 들이켠 다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많은 기업들이 ‘4P를 버리고 4C로 가야 한다’는 이분법적 접근을 취하는 전략적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4P와 4C는 배타적인 전략이 아닌 보완적 관점에서 통합해야만 훨씬 더 강력한 마케팅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4C... 요? 저는 잘 이해가 안 가요."

도현은 노트에 4C를 적으며 말했다.

“대표님, 쉽게 말하면, 제품 팔 생각만 하지 마시고, 고객이 뭘 사는 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합니다.”

도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조건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릴 거라고 생각했던 도현이었다.

“고객은 제품 스펙이 아니라 가치를 삽니다. 예를 들어, 향이 좋은 화장품을 사는 게 아니라, 그 향으로 느끼는 기분, 이미지, 라이프 스타일을 돈을 주고 사는 것입니다. 이게 4C 중 하나인 ‘Customer Value’입니다.”

기석은 이어서 덧붙였다.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은 단순한 ‘가격표’를 보는 게 아니라, 그걸 사기 위해 드는 총비용, 즉 cost를 따지게 됩니다. 이는 시간, 불편함, 불신감, 기회비용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그러니 단순히 싸게 팔 생각보다는, 고객이 기꺼이 지불할 만한 이유, 즉 가치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메모하였다.

“유통 채널도, 그냥 어디에서 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고객이 얼마나 편하게 우리 제품을 살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이게 바로 ‘Convenience’입니다. 스마트폰으로 클릭 몇 번이면 끝나는 세상에, 절차가 번거롭다면 고객들은 모두 떠납니다.”

마지막으로 기석은 눈빛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바꿨다.

“그리고 광고, 홍보와 같은 촉진 활동. 그냥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금은 Communication, 즉 양방향 소통입니다. 고객과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고, 반영하고… 브랜드라는 게 결국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기석은 조용히 펜을 내려놓았다.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겁니다. 그게 무역이고, 비즈니스입니다.”

도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노트북을 켜고 다시 메모를 시작했다. '4P 전략: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과 '4C 전략: Customer Value,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되는 듯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 기석은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대표님, 저분 머 하시는 분이세요? 대단하신데요."

지우가 놀란 듯 속삭이며 도현에게 물었다.

"아, 얼마 전에 새로 채용한 무역 전문가입니다. 이름은 한기석이고요."

도현도 사실 많이 놀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내 피곤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요즘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이었다. 그때, 지우가 조용히 회의실을 나가더니, 몇 분 뒤 막 내린듯한 향긋하고 따뜻한 커피를 들고 돌아왔다.

"대표님, 커피예요. 드시고 피로 좀 푸세요."

도현은 놀란 듯 지우가 건네준 커피를 받아 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지우는 조용히 말했다.

"처음이 제일 힘들죠. 시작이 그렇잖아요. 다들 불안하고, 다들 무섭고. 그러니 힘내세요 대표님!"

도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내세요 대표님!' 왜 이 말 한마디에 이렇게 힘이 날까...’

컵 속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사무실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뷰티스타 코스메틱 회의실, 도현, 기석, 유리, 효진은 한 자리에 모였다. 주제는 바로 시장조사와 타깃 국가 선정이었고, 도현이 회의를 주도하였다.

"자, 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시장조사'를 우리 전 직원이 함께 하기로 했어요. 일단 각자가 조사한 지역이나 나라를 하나씩 발표해 보죠."

직원들은 저마다 노트를 꺼냈다. 막내 효진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저요! 저는 방글라데시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해 봤어요."

모두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돌렸다. 효진은 활기차게 발표를 이어갔다.

"일단 인구가 1억 7천만 명이에요. 어마어마하죠? 평균 연령은 27세밖에 안 되고요. 특히 K-POP 인기가 엄청나요. 현지 유튜브에서 BTS 검색량이 상위권이고, 'K-beauty' 해시태그도 최근 1년 사이에 3배 이상 늘었다고 해요."

도현이 흥미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꽤 높아졌다고 해요. 그래서 모바일 쇼핑이 요즘 엄청 뜨고 있다고 해요."

도현이 눈을 반짝였다.

"현재 경쟁강도는요?"

효진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아직은 로컬 브랜드가 많고, 한국 브랜드가 거의 없어 경쟁도 덜해요. 우리가 먼저 들어가면 선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블루오션이죠."

효진의 발표가 끝나고, 유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도 하나 조사해 봤어요. 몽골이에요.”

“몽골?”

도현이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효진도 고개를 갸웃했다.

“의외네요. 왜 몽골일까요?”

도현이 물었다. 유리는 노트를 펴 들며 말했다.

“몽골은 인구는 350만 명 정도로 작지만, 1인당 GDP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한국 드라마랑 K-POP 영향이 꽤 커요. 특히 뷰티 유튜버들이 K-코스메틱 제품을 소개하면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도현은 흥미로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슬쩍 기석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또한,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해요. 시장이 작다 보니 경쟁도 적고, 먼저 진출하면 현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음, 나름 전략적인 접근이네요.”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들이 술렁였다.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기석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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