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황소 생활 (8)
밤 10시, 허옇게 질린 얼굴의 아이들
브랜치별 수업시간은 제각각이겠지만, 밤 9~10시경 황소 학원 근처에 가면 황소 가방을 둘러메고 얼굴이 허옇게 질린 아이들이 나오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은 미션을 통과하기 위해 그 시간까지 황소 학원 자습실에 있다가 지쳐 나오는 아이들입니다.
저희 아이도 미션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퀵테를 잘 보지 못해 울면서 집에 온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초등 3~4학년이면 아직 그래도 어린 아이입니다. 그런 제 아이가 학원 때문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단평에서 1등을 하는 날도, 어려운 단원의 고비를 어렵사리 넘기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날도 있었기에,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황소와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어찌어찌 그렇게 지나갔던 듯 싶습니다.
가족 스케줄의 최우선 순위는 황소 수업
황소는 수업 시간에 빠지면 따로 보충 수업을 해주지 않습니다. (인강이 있긴 합니다만) 때문에 한 번이라도 빠지면 나중에 진도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은 여름 휴가나 해외 여행 등의 일정을 모두 황소 수업 스케줄에 최대한 맞추어 진행했습니다.
무슨 대단한 것이길래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이상, 아이가 불편함 없이 다니길 원했고, 제 일정은 얼마든지 조정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황소에 다닌다고 했던 처음 그날, 이런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죠.
단평 시험 때만 되면 아픈 이유
단평 시험 일정이 발표되고 시험 날이 가까워지면 저희 가족은 긴장 모드로 전환됩니다. 아이는 시험 1~2주 전부터 시험 범위에 있는 단원의 복습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간 공부했던 것 중 헷갈리는 부분이나 어렵게 느꼈던 문제들을 저와 다시 공부합니다.
제 아이는 유독 단평 시험 때만 되면 열이 난다거나 두통이 있거나 부비동염이 생기는 등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속을 태웠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평 시험 때만 되면 아픈 이유를 단순히 컨디션 문제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두어 번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이게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성 반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만 끝나면 씻은 듯이 증상이 없어졌거든요.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비슷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어떤 아이는 시험 전날만 되면 식욕이 뚝 떨어져서 밥을 전혀 못 먹는다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평소 잘 자던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 나 시험 못 보면 어떡해?"라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었죠.
단평에 대한 부담감과 극복
그만큼 아이들에게 단평은 무거운 부담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이런 증상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시험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두려움보다는 도전 의식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감도 붙고, 증상도 사라졌습니다.
너무 큰 스트레스와 부담감은 아이에게 짐이 되지만, 적당한 시험 스트레스는 학습의 동기부여 도구로서 훌륭하게 작동합니다. 시험은 단순히 '평가'의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고 그간 배운 것을 복습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동기'가 되니까요.
그래서 단평이 황소를 다니면서 겪어야 할 가장 큰 스트레스지만, 살아가며 평생 봐야 하는 시험들의 연습 과정으로 이해시키며 격려하고 설득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할 수 있고 잘 해낼 겁니다. 많이 다독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