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17-언니 집에 가서 이것 좀 출력해 와

프린터기가 있었던 적이 없는 언니집에 가며

by 행부헤일리



살고 있는 집을 곧 정리할 예정인 언니의 집에 괜찮은 물건이 있나 보러 엄마와 함께 들르기로 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집을 나서기 전 준비를 하고 있는 저에게 아빠가 말을 건넸습니다.


아빠: 사진 하나 보냈다.

카톡 사진을 보니 아빠의 운전 루트였습니다. 저희 아빠는 학원차 운전기사일을 하고 있는데 픽업하는 학생들의 변경이 잦아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나:이거 뭔데?

아빠: 언니 집에 가서 이것 좀 출력해 와.

나: 언니 집에 프린터기 없는데?

아빠: 없어? 아니 그거 얼마 하지도 않는데 참.

나: 없어. 요즘에 사람들 출력 많이 안 해. 도서관이나 출력하는 가게 따로 있어. 우리 집 근처에도 있잖아. 이따 언니 집 다녀와서 내가 할게. 이거 컴퓨터로 만들어야 돼.


언니 집에 다녀온 후 해야 하는 공부가 있어 스터디카페에 갔습니다. 공부를 부랴부랴 마친 뒤 엑셀을 만든 후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빠: 이게 그림이랑 맞는 거야 지금? 칸 수가 안 맞는데.

나: 칸 수는 똑같아. 길이가 안 맞는 거면 고칠 수 있어.

아빠: (연필을 노트북 화면에 가져가며) 아니 이게 지금 맞아?

나: 연필 대지 마. 모니터 상해. 칸 수는 맞아. (수정하며) 길이가 문제면 이렇게 고치면 돼.

아빠: 그래. 이렇게 해야지. 네가 자꾸 내 말을 끊으니까 한번 할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되잖아.

나: 나는 아빠 말을 끊은 적이 없는데? 그리고 내가 왜 두 번 세 번 해야 돼? 하기 싫으면 안 할 건데

아빠: 너네 언니는 이거 금방 해. 그래서 아까 내가 언니한테 이거 전달하라고 한 거야

나: 언니한테 전달했어도 어차피 프린터기가 없어서 출력을 못한다니까. 그러면 지금 언니한테 사진을 보내. 언니가 완성해서 보내주면 내가 출력하면 돼.

아빠: 흐음...


분위기는 점점 싸해지고 있었습니다. 주말이고 언니네 집에 다녀와 공부도 충분히 못한 채 피곤한 상태로 아빠를 도와주고 있는데 아빠의 대화방식에 화가 났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짜증이 났습니다.


나: 이렇게 고치라는 거지?

아빠: 흠... 이제야 맞네. 이제 끝에를 1cm씩만 남기고 최대한으로 출력을 해봐.

나: 나도 엑셀을 잘하는 게 아니라 인쇄를 했을 때 원하는 대로 안 나올 수 있어. 노트북 가져갈 테니까 아빠가 원하는 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수정해 보자. 그냥 지금 갔다 오자.

아빠: 이거 다음 주까지만 하면 돼.

나: 나 주말에 바빠. 그냥 지금 다녀오자.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집을 나가자마자 소나기가 미친 듯이 내립니다. 심지어 배도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집에 간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다시 다음 주말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건 너무 싫었습니다. 마치 저의 마음과 몸 상태를 소나기가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프린터샵에 가서 인쇄를 하자 다행히도 아빠는 한 번에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비싸지 않았지만 꽁해진 저는 제가 결제를 하기 싫어 아빠에게 돈을 내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수고했다.

나: 그래. 아빠 나 배탈 나서 집에 먼저 갈게!!(뛰어가며)



<아빠에게 쓰는 편지>

주말마다 나에게 일거리를 주는 아빠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하는 거 같다고 엄마한테 볼멘소리를 했어. 그러자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 너네 아빠가 얼마나 답답했겠니. 물어볼 데가 없어서."라는 엄마의 답에 입을 꾹 다물게 됐지. 고맙다거나 이것 좀 해줄래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참 좋을 텐데.. 상사가 업무 주면서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지라고 말하는 아빠의 말투에 더 화가 나는 거 같아. 하지만 아빠도 나도 계속 이렇게 우리들로 살아가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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