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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oseless

낙엽이 지는 냄새

by 윤이나



나는 사계절 중 여름을 가장 좋아한다.

기나긴 오후의 느긋함과 활기찬 하루, 무더운 날씨를 뚫고 열심히 살아내는 그 계절의 싱그러움이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힘들고 괴로웠다.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계속해서 터지면서 내 멘탈도 탈탈 털렸다. 여름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들었어서 얼른 이 계절이 끝나기만을 바랐다.

여름이 끝나면 내 감정도 같이 추스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이게 무슨일일까. 도대체 이 여름이 끝나질 않는거다.

8월, 9월을 지나 10월 중순까지 여름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다. 그만큼 내 감정도 추스려질 듯 추스려지지 않고 나를 괴롭게 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해 짧은 여름 밤이 길게만 느껴졌었다.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퇴근 후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낙엽이 지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끝을 빨갛게 노랗게 물들인 나무들에서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고 있었다.


'아 - 가을 냄새'


문득, 이 낙엽이 지는 냄새가 가을의 냄새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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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냄새를 맡으며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을도 여름처럼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보내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대해야 하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못하는 일을 구분하고, 조금은 마음에 안드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가을의 초입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다.


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다시 여름이 올 때, 나는 올해와는 달리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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