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 레시피
안녕하세요. 그동안 브런치에 이탈리아 요리 레시피만 꾸준히 올려왔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정작 디저트는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더군요. 메인 요리만 가득한 식탁에 마지막 한 조각의 달콤함이 빠져 있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이탈리아 디저트 중 젤라또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표적인 달콤함, 바로 티라미수(Tiramisu)를 준비했습니다.
티라미수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tirami sù”, 즉 “날 끌어올려줘”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단순히 에스프레소 향이 짙은 디저트라는 의미를 넘어, 한 입 베어 물면 기분까지 들어 올려주는 ‘위로의 달콤함’을 담고 있죠.
티라미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집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베네토 지방의 트레비소(Treviso)에서 시작합니다. 1960년대 말,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탄생했다고 하죠. 당시 파티시에가 마스카포네 치즈 크림에 설탕을 섞고, 에스프레소를 적신 사보이아르디(레이디핑거)를 층층이 쌓아 올렸고, 손님들은 그걸 먹으며 “정말 기운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날 들어 올려주는 디저트’라는 이름이 그대로 붙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설로는, 17~18세기 전쟁 때 병사들과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는 아내들이 “기운을 내라”는 의미로 만들어주던 간식에서 유래했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으면서도 에너지를 주는 디저트였기에, 이 역시 티라미수의 상징성과 맞닿아 있죠.
어떤 이야기가 진짜이든, 티라미수가 누군가에게 힘을 건네기 위해 만들어진 달콤함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도 이 디저트를 만들 때면 자연스레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밝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합니다.
1. 설탕 시럽 만들기 – 파트 아 봄브(Part à bombe) 준비
먼저 설탕과 물을 작은 소스팬에 넣고 중불에서 끓여 120도까지 가열합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시럽을 아주 소량 떠서 차가운 물에 떨어뜨렸을 때 단단하게 뭉칠 정도가 되면 적정 온도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단계는 단순히 단맛을 더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노른자를 안전하게 살균하고, 티라미수 크림을 훨씬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만드는 핵심 공정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뜨거운 설탕 시럽을 부어 만드는 ‘파트 아 봄브(Part à bombe)’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프렌치 디저트 기법으로, 크림의 조직감이 살아나고 전체 풍미가 한층 깊어지죠.
2. 노른자 휘핑하기 – 아이보리색이 될 때까지
설탕 시럽이 끓는 동안, 다른 볼에서는 달걀 노른자를 휘핑해 주세요. 손거품기로도 가능하지만, 전동 거품기를 사용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공기가 들어갑니다.
노른자를 섞다 보면 점점 밝은 아이보리색으로 변하고, 질감도 한층 부드럽고 풍성해집니다. 이 상태는 설탕 시럽이 들어왔을 때 곱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로, 파트 아 봄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밑작업이에요.
3. 넛맥 가루로 풍미 조절하기
아이보리색이 된 노른자에 넛맥 가루를 아주 살짝, 반꼬집 정도 넣어 주세요.
넛맥은 양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넣은 듯 안 넣은 듯’ 하는 정도가 가장 좋습니다.
이 작은 한 꼬집이 티라미수 특유의 부드러운 크림에 은은한 깊이를 더해주고, 지나친 느끼함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호에 따라 생략해도 되지만, 완성도의 차이는 확실히 느껴져요.
4. 바닐라 시럽과 설탕 시럽 넣기 – 파트 아 봄브 완성
넛맥을 더한 노른자에 바닐라 시럽 한 스푼을 넣어 향을 먼저 살짝 열어줍니다.
이제 끓여 둔 120도의 설탕 시럽을 아주 조금씩, 실처럼 천천히 흘려 넣으며 휘핑해 주세요.
핵심은 “천천히, 그리고 끊기지 않게” 입니다.
전동 거품기의 속도는 강하게 유지한 채 설탕 시럽을 부으면, 노른자가 점점 뽀얗게 밝아지고, 걸쭉하면서도 윤기 있는 크림으로 변합니다. 바로 이 질감이 파트 아 봄브 특유의 안정적인 크림 구조예요.
반대로 설탕 시럽을 한 번에 붓거나, 너무 크게 덩어리 지어 넣으면 뜨거운 시럽이 노른자를 순간적으로 익혀버려 덩어리가 생길 수 있으니 꼭 주의해 주세요.
조금씩, 천천히 넣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방법입니다.
5. 마스카포네 치즈와 섞어 필링 만들기
부드럽게 완성된 파트 아 봄브에 이제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어 필링을 만들어 줍니다.
이 단계는 휘핑이 아니라 결을 살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거품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걱(스패튤러)로 천천히 접어 섞듯이 섞어 주세요.
마스카포네는 과하게 섞으면 금방 풀어지고 묽어지기 때문에,
“바닥에서 위로 떠올리듯, 부드럽게 접어 올리는 느낌”으로 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설탕 시럽으로 안정화된 노른자 크림과 마스카포네가 고르게 어우러지며
티라미수 특유의 고소하고 촉촉한 필링이 완성됩니다.
6. 에스프레소 시럽 만들기 – 향의 중심을 잡는 단계
티라미수의 개성을 결정짓는 부분은 바로 에스프레소 시럽입니다. 따뜻한 에스프레소에 기호에 따라 다음 중 하나를 두 스푼 더해 주세요:
깔루아(Kahlúa) — 부드러운 커피 리큐르 향이 올라와 깊은 단맛이 더해집니다.
마르살라 와인(Marsala) — 전통 티라미수에 가까운 풍미로, 고급스러운 은은한 단향이 특징입니다.
아마레또(디사론노, Amaretto) — 아몬드 향이 부드럽게 퍼지며, 전체 맛에 따뜻한 풍미가 더해집니다.
리큐르를 더하면 단순한 커피향을 넘어 성숙하고 입체적인 향의 층이 생기고, 필링과 사보이아르디 사이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풍미의 큰 축이 완성됩니다. 기호에 따라 양을 조금 더하거나 줄여도 되지만, 두 스푼이 가장 밸런스 좋은 기본 비율이에요.
7. 사보이아르디 적시기
이제 준비한 에스프레소 시럽에 사보이아르디(레이디핑거)를 적셔줍니다.
이때 설탕이 묻어 있지 않은 면을 먼저 시럽에 닿게 한 뒤, 약 1초 정도 가볍게 담갔다가 바로 빼 주세요.
사보이아르디는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매우 좋아
너무 오래 담가두면 물이 흥건해져 쉽게 부스러지거나, 전체 케이크의 식감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겉은 촉촉하지만 안에는 약간의 결이 살아 있는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에요.
적신 후에는 바로 사용하면 가장 안정적이며,
필링과 함께 층을 쌓았을 때 티라미수의 부드러운 구조와 진한 향이 가장 잘 살아납니다.
8. 사보이아르디 1층 깔기
적당한 용기를 준비해, 시럽에 적신 사보이아르디를 설탕이 묻은 면이 아래로 향하도록 놓아 1층을 깔아줍니다.
설탕 면이 아래로 가는 이유는, 바닥에서 살짝 녹아내리며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형성해 주기 때문이에요.
사보이아르디는 너무 폭신해도, 너무 딱딱해도 층을 쌓기가 어렵기 때문에
“겉은 촉촉, 속은 조금 결이 남아 있는” 상태로 맞춰 쌓아 올리면 전체적인 구조가 가장 안정적이고 깔끔하게 잡힙니다.
용기의 모서리까지 빈틈 없이 채워주면
티라미수의 첫 번째 향과 식감의 기반이 완성됩니다.
9. 필링과 사보이아르디를 번갈아 두텁게 쌓기
바닥에 사보이아르디 1층을 고르게 깔았다면, 그 위에 준비한 마스카포네 필링을 넉넉하게 올려주세요.
주걱으로 부드럽게 펴 바르며 두껍고 평평한 층을 만들어 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 필링층이 티라미수의 전체 질감을 결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에, 너무 얇지 않게, 크림의 결이 한 번에 보일 정도로 충분히 올려주는 게 좋아요.
필링을 고르게 펼쳤다면 다시 사보이아르디 → 필링 순서로 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립니다.
각 층이 균형 있게 쌓여야 완성 후 잘랐을 때도
단면이 선명하고 안정적인 ‘티라미수의 단면 미학’이 드러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마지막 층까지 매끄럽게 마무리해 주세요. 층이 올라갈수록 디저트의 향과 질감이 차분히 자리 잡아 티라미수 특유의 부드러운 구조가 완성됩니다.
10. 카카오 파우더로 마무리 – 티라미수의 마지막 한 층
마지막 필링층을 매끄럽게 정리했다면,
위에 카카오 파우더 100%를 체에 곱게 내려 톡톡 뿌려 마무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중 코코아 가루(설탕·유청분 등 첨가)가 아닌 순수 카카오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 그래야 티라미수 특유의 쓴맛과 단맛의 균형, 그 묵직한 향이 살아납니다.
카카오 파우더가 필링 위에 구름처럼 얇고 균일하게 내려앉았다면 이제 랩을 씌워 냉장고에서 반나절 정도 충분히 숙성시켜 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보이아르디는 촉촉해지고, 필링은 맛과 향이 안정되며,
전체 레이어는 부드럽게 하나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꺼내 한 스푼 떠보면 쓴 카카오와 고소한 마스카포네, 그리고 커피·리큐르의 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완벽한 이탈리아식 티라미수가 완성됩니다.
오늘은 이렇게 처음으로 디저트 레시피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디저트는 특히 양식에서 하나의 ‘요리’로 당당히 자리하는 중요한 축이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섬세함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식사의 끝을 달콤하고 고요한 만족감으로 채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메인 요리 못지않게 공을 들여야 하지만,
그 결과 한 스푼의 달콤함이 주는 기쁨은 분명히 특별합니다.
오늘 소개한 티라미수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으니
기회가 될 때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분명,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조용한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