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냉털 파스타. 푸타네스카 정통 레시피 만들기

푸타네스카

by 서도운

안녕하세요.
오늘은 ‘냉장고 털이 파스타’라고도 불리는, 나폴리의 대표적인 가정식 파스타 푸타네스카(Spaghetti alla Puttanesca) 레시피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름부터 강렬한 이 파스타는, 사실 아주 즉흥적이고 솔직한 음식이에요. “집에 남은 걸로 얼른 만들어 먹자”는 정신에서 시작됐으니까요.

‘푸타네스카(Puttanesca)’는 이탈리아어 puttana 즉, ‘여자’ 혹은 ‘거리의 여자’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어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이지만, 그만큼 삶의 생생함이 녹아 있죠. 바쁘고 혼란스러운 밤, 손에 잡히는 재료들 올리브, 케이퍼, 앤초비, 마늘, 토마토 을 한데 넣고 즉흥적으로 끓여낸 요리였다고 해요.

결국 푸타네스카는 즉흥과 솔직함의 상징, 그리고 삶의 소박한 생존 미학 같은 요리예요.
오늘은 그 정신 그대로, 특별한 재료 없이도 깊고 짭조름한 맛을 낼 수 있는 푸타네스카를 만들어볼 거예요.


재료

스파게티 150g
페퍼론치노
마늘
올리브오일
케이퍼 한스푼
올리브 한줌
앤초비 두덩어리
토마토홀 200g 혹은 신선한 방울토마토
소금


레시피

1. 면수 끓이기.

파스타의 첫 단계는 언제나 면수예요.
단순한 물처럼 보이지만, 이 한 냄비의 간이 전체 맛을 결정하죠.
바닷물보다 살짝 삼삼한 정도로 소금을 넣고 끓여주세요.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그때부터는 주방이 이탈리아가 됩니다. 작은 소금 결정들이 물속에서 춤추며 파스타의 생명을 준비하는 순간이에요.

2. 케이퍼와 올리브 다지기.

케이퍼 한 큰술, 올리브 한 줌.
칼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다져줍니다.
케이퍼는 짠맛과 산미의 중심이 되고, 올리브는 짙은 향으로 밸런스를 잡아요.
너무 잘게 다지지 말고, 4등분 내지 2등분 정도로만 잘라주세요.
씹을 때마다 터지는 짠 향이 푸타네스카의 생동감을 만들어줍니다.


3. 마늘과 앤초비 볶기.​

약한 불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천천히 익혀줍니다.
색이 나지 않게 조심하세요. 마늘은 볶는 게 아니라, ‘향을 우려내는’ 단계예요.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 앤초비 두 조각을 넣고 젓가락으로 눌러 녹입니다.
기름 속에서 앤초비가 천천히 풀어지며 감칠맛이 퍼지죠.
그 향이 코끝을 스치면, 이 순간이 바로 푸타네스카의 시작입니다.


4. 케이퍼와 올리브 넣기.​

풀어진 앤초비와 마늘 향이 퍼질 때, 페퍼론치노를 한 꼬집 넣어주세요.

기름이 살짝 붉게 물들며 매운 향이 퍼지기 시작할 거예요.
이어서 다져둔 케이퍼와 올리브를 넣고 살짝 볶습니다.
이때의 소리는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지점 같아요. 짠 향, 매운 향, 그리고 기름의 온도가 하나로 녹아드는 순간.
불은 여전히 약하게 유지하세요. 향이 익어야지, 타면 모든 게 사라집니다.


5. 토마토 넣기.​

팬에 홀토마토 200g을 넣고 주걱으로 천천히 으깨주세요.
톡, 톡 껍질이 터지며 붉은 향이 퍼져나갑니다.

6. 졸이기.

토마토가 어느 정도 익어 걸쭉해지면, 물 300ml를 부어주세요. 불은 세지 않게, 은은한 불로 맞춥니다.

소스가 천천히 숨을 고르듯 졸아들며 깊어집니다.
붉은 빛이 점점 어두워지고, 기름과 토마토가 하나로 섞여 반짝일 때 그때가 완성의 신호예요.
이 과정은 서두르면 안 돼요. 푸타네스카의 맛은 바로 이 ‘기다림의 시간’에서 완성됩니다.


7. 면 삶기.

토마토 소스가 천천히 졸아드는 동안, 다른 냄비에서는 면을 삶아주세요.

모든 파스타는 타이밍의 예술이에요. 소스와 면이 동시에 완성되어야 하니까요.
끓는 면수에 스파게티를 넣고, 포장지에 적힌 시간보다 3분 정도 덜 삶습니다.
아직 중심이 살짝 단단한 ‘알단테’ 상태로 두세요.
곧 불 위에서 소스와 만나며 완벽한 식감을 완성할 테니까요.


8. 소스와 면 합치기.

졸여둔 소스에 삶은 면을 바로 넣고, 면수를 국자 한두 번 정도 부어주세요.
불을 조금 올려가며 저어줍니다.
소스가 면에 달라붙듯 스며들고, 면수의 전분이 자연스럽게 농도를 만들어줘요.
약 3분 정도, 끓는 듯 이어지는 리듬 속에서 면과 소스가 하나로 어우러집니다.
이때의 향은 주방을 완전히 덮어요

9. 마무리.​

면이 적당히 익고 소스의 농도가 부드럽게 잡히면, 불을 꺼주세요.
올리브오일을 한 바퀴 두르고, 팬 속에서 조용히 ‘만테까레(섞어 유화하기)’를 해줍니다.
불이 꺼진 여열로 면과 소스, 오일이 하나로 이어지며 윤기가 돌기 시작하죠.
이 마지막 순간이 푸타네스카의 진짜 완성입니다.

10. 플레이팅.

완성된 파스타를 그릇에 담을 땐, 소스를 살짝 흘려내듯 얹어주세요.
치즈는 금지예요! 푸타네스카는 이미 충분히 짭조름하고, 스스로 완전한 맛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오늘은 이렇게 푸타네스카를 정통 방식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앤초비, 케이퍼, 올리브, 토마토 단출한 재료들이지만, 서로의 향과 짠맛, 산미가 만나며 놀라울 만큼 깊은 맛을 냅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히 풍부한 맛.
이탈리아의 바람이 부는 어느 저녁처럼, 즉흥 속에서 완성되는 진심의 한 그릇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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