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통 크림파스타. 마스카포네 치즈 파스타

마스카포네치즈 파스타

by 서도운

북부 이탈리아에도 무려 크림파스타가 있는 거, 아시나요? 흔히 떠올리는 크림소스는 남부나 로마식의 유제품 기반 파스타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알고 보면 알프스 산맥 아래의 북부 지방에서도 ‘크림과 치즈의 중간쯤’에 놓인 아주 독특한 파스타가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마스카포네 치즈 파스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조금 설레지 않나요?

마스카포네는 우리가 잘 아는 티라미수의 속을 가득 채우는 그 부드러운 치즈입니다. 버터처럼 농밀하지만 크림처럼 부드럽고, 우유 향이 살아 있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그 특유의 질감 덕분에, 소스로 변하면 놀랍도록 얇고 매끄럽습니다.

입에 넣는 순간 분명 치즈의 고소함이 먼저 퍼지는데, 혀에서 녹아내릴 때는 크림처럼 사라져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치즈’인데 입맛은 ‘크림’이라고 받아들이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 숟가락 맛보는 순간 누구라도 “이건 크림파스타네?” 하고 중얼거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은 북부에서 유래된 이 마스카포네 치즈 파스타를 가볍게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알프스의 차가운 바람, 부드러운 목초 향이 배어 있는 우유, 그리고 그걸 숙성해 만든 부드러운 마스카포네 한 스푼.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시 이탈리아 북부의 식탁 위로 떠날 수 있는, 따뜻하고 우아한 한 접시가 되어줄 겁니다.


재료

화이트와인
넛맥
양파 1/4개
버터
마스카포네치즈 150g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치즈 70g
페코리노 로마노치즈 30g
파스타 180g
소금
후추


레시피

1. 재료 손질하기

파스타의 맛은 소스보다 재료 손질에서 이미 절반 이상 결정됩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양파와 두 가지 치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질 깊은 향.
먼저, 양파를 곱게 다져주세요.(전 귀찮아서 두껍게 썰었지만..)
입자가 고울수록 마스카포네 소스와 부드럽게 섞여, 나중에 크림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양파의 단맛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면서도 “양파 씹히는 맛”이 튀지 않아, 마스카포네의 질감을 해치지 않는 게 포인트예요.

다음은 치즈 준비. 이 파스타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건 바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페코리노 로마노입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70%

페코리노 로마노 30%

이 정도 비율이 가장 무난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요.
파르미지아노는 고소하고 묵직한 향을 주고, 페코리노는 약간의 짭조름함과 날카로운 풍미를 더해 전체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미리 잘 갈아두면 조리 중에 바쁘게 손댈 일이 없고, 소스에 투입되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들면서 마스카포네와 함께 ‘북부식 크림 소스’의 핵심을 만들어 줍니다.

2. 후추 볶아 향 올리기 ​

이 파스타에서 중요한 축은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과 치즈의 깊이, 그리고 그 둘 사이를 단단히 묶어주는 후추의 향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는 단순해 보이지만, 맛을 결정짓는 핵심이기도 해요.

먼저, 후추 한 줌을 굵게 갈아주세요.
너무 고운 후추보다 입자가 살아 있는 굵은 후추가 더 어울립니다. 온도에 닿을 때 특유의 향이 한 번 더 폭발적으로 살아나기 때문이죠.

달궈진 팬에 후추를 살짝 볶아 향을 올립니다.
이때 중요한 건 불 조절.
후추는 생각보다 쉽게 타고, 한순간 타버리면 소스에 쓴맛이 섞여버리니까요.
중약불에서, 후추가 따뜻해지며 향을 내기 시작할 때까지만 가볍게 볶아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향이 피어오르면
아까 갈아두었던 치즈들과 함께 그릇에 담아두세요.
이렇게 미리 볶은 후추를 치즈와 함께 준비해두면, 나중에 소스를 만들 때 치즈의 고소함과 후추의 알싸한 향이 자연스럽게 섞이며 매우 조화로운 베이스가 됩니다.

3. 파스타 물 끓이기 ​

이제 파스타를 삶을 물을 준비할 차례입니다. 단순히 물을 끓이는 단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체 맛의 짠맛 균형을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기도 합니다.

넉넉한 냄비에 물을 채우고 센 불에 올립니다.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하면 소금을 넣어 염도를 조절해주세요.
기준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닷물보다 살짝 덜 짠 정도.”​

손가락으로 맛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짠맛’이 느껴지지만 혀에 남아 밀려오는 찝찝한 염분감이 없는 정도가 딱 좋아요.
마스카포네 소스 자체는 염도가 낮고 부드러워서, 면 자체가 너무 싱거우면 전체 맛이 죽습니다.
반대로 너무 짜면 마스카포네와 치즈의 은은한 고소함을 덮어버리죠.
이 단계에서 염도를 잘 맞춰두면,
이후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면 자체가 소스와 조화를 이루면서 깊고 안정적인 맛을 내게 됩니다.
작고 단순한 과정 같지만,
이 물의 짠맛 하나가 파스타 한 접시의 완성도를 좌우합니다.

4. 양파를 버터에 볶기 ​

이제 마스카포네 소스의 바탕이 될 양파 볶기 단계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색을 내지 않는 것, 그리고 양파의 매운 향을 완전히 날려 부드러운 단맛만 남기는 것이에요.

팬에 버터를 한 조각 올리면 버터가 천천히 녹아내리며 고소한 향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곱게 다져둔 양파를 가볍게 넣어주세요.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볶습니다. 불은 약불이 가장 안전합니다.

양파가 노릇해지면 이미 늦어요.
색이 나기 시작하면 단맛보다 구운 향이 강해지고,
마스카포네 특유의 우유 향과 부드러움이 묻히게 되니까요.
원하는 건 ‘볶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버터 속에서 양파의 매운 기운이 조용히 사라지고
은은한 단맛이 자리 잡아가는 순간입니다.

양파의 표면이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딱 맞습니다.
향을 맡아보면 매운 향은 거의 없어지고,
약간 달콤한, 버터와 양파가 섞인 따뜻한 향이 올라올 거예요. 이 부드러운 베이스가 나중에 마스카포네와 만나
소스 전체를 자연스럽고 고급스럽게 묶어주는 숨은 힘이 됩니다.

5. 화이트와인으로 향 열기 ​

버터에 고요히 볶아 은은한 단맛을 품기 시작한 양파에
이제 화이트와인 한 스플래시를 더해줄 차례입니다.

팬 가장자리에 와인을 살짝 둘러 붓는 순간,
따뜻한 증기와 함께 포도 향이 가볍게 올라옵니다.
소스를 풍부하게 하는 건 단맛만이 아니라,
이 가벼운 산미와 투명한 향의 레이어예요.

화이트와인을 너무 많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조금, 팬 바닥이 살짝 적실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정도 양이면 양파의 기름기와 버터 향 속에
과하지 않은 산미가 조용히 퍼지며 전체 맛을 끌어올려 줍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알코올을 완전히 날리는 것.
센 불로 잠시 끓여주다가 와인의 알싸한 향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과육 같은 잔향만 남는 순간을 기다리면 됩니다.
팬에서 ‘칙—’ 하는 소리가 잦아들고,
양파가 와인을 흡수하듯 촉촉해지면 딱 맞아요.

6. 면 삶기 – “소스에서 익히기”를 절대 하면 안 되는 이유​

이제 파스타 면을 삶을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 레시피에서는 딱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어요. 면은 원하는 식감보다 정확히 1분 정도 덜 삶기.

그리고 크림 소스 안에서 계속 익히는 방식은 절대 금지.
왜냐하면, 이 파스타의 주재료인 마스카포네는
기존 크림소스처럼 강한 열을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치즈라서,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오히려 분리되거나 기름이 뜨고, ‘크림’ 같은 질감이 완전히 무너져버리거든요.

​그러니 면은 반드시 원하는 식감에서 딱 1분 전까지 삶아 주세요. 이 시점에서 면은 탄력도 살아 있고, 소스와 합쳐졌을 때 딱 맞게 익어 부드럽지만 흐물거리지 않는 최적의 상태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크림 소스 안에서 면을 끓여 익히는 방식(제가 자주 사용하는 전분 최대뽑아 만테까레) 이 레시피에서는 절대 금물

강한 열 + 마스카포네 = 분리, 텁텁함, 기름짐 증가

면은 물에서 거의 다 익힌 뒤, 소스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머물게 하기 마스카포네 파스타는 라이트하고 우아한 질감이 매력인데, 이 원칙을 지키면 그 질감이 정확히 살아납니다.

7. 마스카포네 치즈 녹이기 ​

​이제 본격적으로 소스가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아까 화이트와인으로 깊이를 더해둔 볶아둔 양파 팬에
드디어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어주세요.

스푼으로 떠 넣는 순간, 치즈가 부드러운 생크림처럼 팬 위에서 가볍게 퍼집니다. 마스카포네 특유의 묵직하지만 우아한 향이 버터와 양파 사이에서 천천히 피어오르죠.

​불은 반드시 중불 정도로 유지하세요. 너무 약하면 치즈가 잘 녹지 않고, 너무 강하면 마스카포네가 분리되기 쉽습니다.

중불에서 팬의 잔열을 이용해 조용히, 부드럽게 녹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치즈가 녹아들기 시작하면 양파와 버터, 와인의 잔향이 마스카포네와 하나로 섞이며 부드럽고 은은한 아이보리색 소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단계에서 소스는
‘기름지지도, 눅진하지도 않은’
북부 이탈리아 특유의 산뜻한 농도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주걱을 살짝 들어올렸을 때 천천히 떨어지는 그 흐름이 보이면, 지금 딱 잘 녹고 있다는 신호예요.


8. 면과 소스 합치기 ​

이제 거의 다 익은 파스타 면을 부드럽게 녹여둔 마스카포네 소스 팬으로 옮길 차례입니다. 물기만 가볍게 털어내고,
면을 그대로 소스에 넣어 부드럽게 섞어주세요. 이때 면은 완전히 익기 1분 전 상태여야 소스 안에서 오버쿡 되지 않고 딱 맞는 탄력을 유지합니다.

​면이 소스 속에서 고르게 코팅되기 시작하면 여기에 넛맥 가루를 아주 살짝, 한 꼬집 넣어주세요.
정말 소량이면 충분합니다. 넛맥은 강한 향신료라 많이 넣으면 마스카포네의 우유 향과 치즈의 고소함을 가려버립니다. 하지만 한 꼬집 정도면 소스의 고소함을 살짝 깨워주는 “북부 특유의 은은한 스파이스” 역할을 해줘요.

불은 중불을 유지해 면과 소스가 서로 스며드는 시간을 약 1분만 주세요. 이때 주걱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 섞어주면
면의 표면 전분이 소스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와 끈적이지 않으면서도 묽지 않은, 이 파스타만의 매끄러운 농도가 잡힙니다.

​소스가 면을 감싸며 일체감이 생기고 팬 위에서 은은하게 향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이 단계는 완벽하게 끝난 거예요.

9. 불을 끄고, 버터와 치즈·후추로 농도 잡기 ​

​면과 소스가 잘 섞여 북부식 마스카포네의 질감이 완성되었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마지막 터치를 넣어줄 차례입니다.

​먼저 불을 완전히 끄세요. 여기서의 온도 조절은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에요. 잔열만으로도 충분히 농도가 정리되기 때문에, 열을 더 가하면 오히려 치즈가 분리될 위험이 있습니다.

​불을 끈 팬에 버터 한 덩이를 조심히 올려주세요. 버터는 소스에 마지막 윤기를 부여하고, 마스카포네의 산뜻한 고소함과 치즈의 풍미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미리 갈아두었던 치즈와 볶아둔 후추를 넣습니다.
방금까지 따뜻했던 팬의 잔열만으로 치즈가 천천히 녹아 들어 소스가 한층 더 깊고 촘촘하게 변해요. 이때 주걱으로 천천히 섞어주면 소스가 면에 더욱 밀착되고 버터, 마스카포네, 파르미지아노, 페코리노가 하나의 결로 정리되면서 ‘딱 맞는 농도’가 잡힙니다.

​소스가 너무 묽으면 치즈를 아주 소량 더 너무 되직하면
면 삶은 물을 티스푼으로 한 두 번만 추가하면 완벽한 균형이 맞춰집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파스타는 산뜻함, 고소함, 치즈의 깊이, 후추의 향 모두가 서로 부드럽게 조화된 마스카포네 파스타의 결정판이 됩니다.


10. 플레이팅 ​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났습니다. 마스카포네 소스가 면을 부드럽게 감싸고, 버터와 치즈가 잔열 속에서 하나로 녹아 완성된 이 파스타를 따뜻한 접시에 조심스럽게 담아주세요.
면을 살짝 비틀어 올리면 아이보리빛의 크리미한 소스가 면 사이사이에 얇게 입혀진 것이 보일 거예요.

과하지 않고, 묵직하지 않으며, 이탈리아 북부 특유의 단정한 고소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색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굵게 간 후추를 살짝 뿌려주세요.
이 마무리 후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접시에서 올라오는 향을 완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볶아둔 후추의 깊은 향과는 달리, 방금 갈아 올린 후추는 날 것의 싱그러운 매운 향을 더해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전체 맛에 입체감을 만들어줘요.

​접시 위에 검은 점처럼 떨어진 후추 한 꼬집이 이 파스타의 마지막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이제 바로 식탁으로 가져가면 됩니다. 부드러움, 은은함, 북부의 차분한 향이 모두 담긴
마스카포네 치즈 파스타 한 접시가 완성됐습니다.


마스카포네치즈 파스타는 까르보나라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파스타도 아니고, 미국식 크림파스타처럼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도 아닙니다.
그래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그게 뭐야?” 하고 고개를 갸웃할 때도 많죠.

​하지만 한 입 맛보는 순간,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아, 그래서 마스카포네구나.”

마스카포네의 맛은 다른 어떤 크림이나 치즈로 대체가 되지 않습니다. 크림보다 가볍고 치즈보다 부드럽고, 우유 향은 진하지만 느끼함은 거의 없는 묘한 중간지대에 서 있는 재료예요.

​입에 닿을 때 깔리는 그 부드러움, 양파와 버터가 만들어놓은 은은한 단맛과 섞일 때의 고요한 감칠맛, 그리고 치즈 두 종류가 더해주며 완성되는 깊이 그래서 이 파스타는 “가벼움 속의 풍성함”이라는

특별한 인상을 남깁니다. 여기에 레몬 제스트를 마지막에 살짝 갈아 올리면 이 파스타는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올라갑니다.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 위로 레몬 껍질의 상큼한 향이 아주 가볍게 올라붙으며, 느낌은 더 산뜻해지고 맛은 더 고급스러워져요.

​하얀 크림소스가 부드럽게 이어지다가
코끝에서 레몬 껍질의 청량한 향이 살짝 일어나며 마무리되는 그 순간, 이 파스타가 왜 북부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은근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마스카포네로 만든 파스타는 결코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한 번 제대로 맛보면 누구나 잊지 못하는 부드럽고 단정한 한 접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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