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순간

가족이 내 마음에 도착한 시간

by 히멜

베를린의 밤은 늘 고요하다.

창밖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불빛,

따뜻한 찻잔에서 피어나는 김,

낯선 도시의 공기 속에서도

익숙한 감정 하나가 불쑥 떠오른다.

바로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감정.


나는 매일 엄마 아빠와 영상통화를 한다.

때로는 일상적인 이야기,

때로는 밥은 먹었냐는 안부 정도가 전부이지만,

그 짧은 통화 안에서

나는 안정감을 얻는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와 다름없이.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멀리서 조용히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들.


그리고 언니.

앞에서 다정한 말을 자주 건네는 편은 아니다.

가끔은 그 무심함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나는 안다.

언니가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꺼낸다는 걸.

“우리 동생, 멋져.”

“혼자 유럽 와서 진짜 멋지게 잘 살고 있어.”

언니가 뒤에서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를

나는 귀띔처럼 전해 듣는다.

그게 묘하게 큰 힘이 된다.

말로 듣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

나는 그 무심한 자랑 속에서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자랑이 된다는 걸

조용히 체감한다.


그런 가족들이 있기에

내가 멀리 와서도

조금은 덜 흔들리며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걸

조용히,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들.

내가 넘어질까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걸어갈 수 있게

멀리서 등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


혼자인 줄 알았던 수많은 밤들 속에서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 건

그들의 존재였다.

눈앞에 없지만, 내 마음엔 언제나 도착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마음을 품고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내가 더 나답게 걸어갈 수 있도록.

그 마음 하나로,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