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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그냥 보내지는 마세요

후회

by 향기나는남자

가을이 오면 가을을 기억하세요

매일 같은 날은 우리 생에 없기 때문이죠.




가을이 오면 시원한 바람을 기억하세요.

매일 같은 바람이라 생각하지만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은 매 순간 다른 아이입니다.




같은 아이는 없어요.

내 볼을 스쳐가는 순간

수많은 아이들의 손길이 스쳐갑니다.




바람이 불 땐 가볍게 얼굴을 내주세요.

불어오는 바람에 고민도 걱정도 날려 보내고

아무 걱정 없는 나를 만나세요.




지금 불어오는 바람은

또다시 불어오지 않습니다.




가만히 서서 가을을 느껴보세요




가을이 오면 하늘을 바라보세요.

잠깐이라도 멍하니 서서 파란 하늘을

그리고 하얀 구름을 천천히 바라보세요.




구름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어떤 길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파란 하늘은 더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입니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을 보고 있으면

당신 마음에 쌓인 먼지도 티 없이 청소됩니다.




가만히 서서 가을을 느껴보세요.

낮에는 따스한 햇살을 느껴보세요.



여름 내내 피하기만 했던 따가운 햇살이 아닌

아주 따뜻한 온기를 품은 녀석입니다.




여름 내내 사악했던 마음도

사춘기를 지난 탓인지 부드러워졌어요.




온기와 사랑을 뿜은 녀석을

온전히 느껴보는 하루

당신에게 사랑을 선물합니다.




밤이 되면 하늘에 펼쳐진 달을 보세요.

보름달이 보이는 오늘이 딱입니다.



둥글게 둥글게 그려진 달을 보면서

낮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하세요




소원은 달님이 기억했다가

때가 되면 이루어줄 것이고



걱정은 달님이 잠시 맡았다가

낮이 되면 해님에게 양보하여

깔끔하게 태워버릴 거예요.



가만히 서서 가을을 느껴보세요.

나무가 새 옷을 갈아입습니다.



멀리 숲 속을 찾아 떠날 필요도 없어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무를 보세요.



초록에 잎은 빨갛고 노란색으로

카멜레온처럼 천천히 변해갑니다.



온 세상이 알록달록

세상은 매일 같이 변하고 있지만



길을 걷는 우리는 가을을 즐길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에 준비 따윈 필요치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만히 멈추세요.

길거리를 걷다가도 멈추고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멈추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먹은 후에도 잠시만 잠깐만...



그냥 그 자리에 멈추고 가을을 보세요.



지나고 나면 또 후회합니다.

그때 느껴볼걸 하고요.



오늘은 맘껏 가을을 느껴보세요~

햇살도 좋고 바람도 시원하고

하늘은 티 없이 맑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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