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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당신을 응원합니다. 3부

믿음은 사람이 주는 가장 큰 선물

by 향기나는남자

손을 들어 흔드는데도 이리저리 나를 찾고 있다.


"아빠!"


전주 도착. 소요시간 4시간 37분


평소 볼 수 없던. 생전 처음 본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



"어땟어요?"


첫마디는 예상 밖이다.


"빵 네 개나 먹었어 "


'빵을 네 개나 드실 만큼 힘드셨구나' ㅎㅎ


차 트렁크에 접이식 자전거를 욱여넣고 화장실로 급한 불을 끄러 갔다. 얼굴엔 배고픔이 가득 묻어 나와 근처 식당으로 향한다.


오후 두 시 사십 분 어중간한 시간. 근처에 먹을 곳이 없다.

식당을 찾아도 브레이크 타임. 이번에도 안 되겠지?


"혹시 식사되나요?"


"저 퇴근할 건데 식사하시면 문 닫고 가세요"


네?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어봤다.


"밥 먹고 문 닫고 가요?"


사장님은 다시 묻는 이유를 알겠다는 듯 웃으면서.

"네 먼저 계산만 해주시고 문 닫고 가세요"


아버지는 갈비탕 나는 우신탕.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야 얼굴에 미소를 보이는 아빠.


"도로도 처음 타보고 준비도 안 됐는데 이 자전거 타고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두려웠는데 이제야 살 것 같다. 밥 먹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밥 먹고 출발하면 너무 늦어서 위험한데요. "


"그럼 왔던 길 반만 가볼까?"


"목천삼거리까지 18km인데 거기서 만나시죠"


밥을 먹으면서 아침에 눈이 와서 포기해도 되는데 오늘 어떻게 도전을 했는지 여쭤보았다.


"이번에도 못하면 또 미뤄질까 봐... 다음 주에 날 좋을 때 할 수도 있지만 과연 그날 할 수 있을까? 아마 오늘 눈이 왔다는 핑계로 미뤘다면 다음엔 못했을걸 "


그렇다. 모두 꿈을 꾸며 살지만 어른이 되면 꿈을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거나 잊은 채 산다. 시간이 지나고 과거를 돌아보면서 못 한 일을 후회한다. 오늘은 내가 한 일을 후회하며 우린 후회 속에 삶을 산다.


지금 오늘의 마지막 종착점 만경강문화관 앞에서 아버지를 기다린다. 불어오는 바람은 차지만 마음은 용광로가 끓어오르듯이 타오른다.


오후 네시 반. 다리 위에 서서 몇 시에 도착할지 모를 아버지를 기다린다. 진작 응원할 걸 이제야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금이라도 응원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긴다.




일정을 끝내고 목욕탕에 앉아 오늘의 땀을 씻고 긴장한 몸을 녹인다. 온탕에 앉아 따듯함을 느끼며 부자간 대화가 이어진다.


"아들 오늘 너무 고마워! 중간중간 아들이 있다는 걸 아니깐 힘이 났어. 만약 지쳐서 포기해도 아들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서 끝까지 올 수 있었어. 정말 고맙다."


아버지는 출발 순간부터 5km 구간이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출발 전부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고 5km 구간을 지나면서 '잘하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한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면서 나와 길이 엇갈렸던 순간이라고 했다. 그때 스스로에게 '포기해도 된다. 아들한테 전화하면 되는 거야' 라며 준비해 간 도넛 4개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총 60km가 넘는 거리지만 자전거를 접한 시간은 80일이 안된다. 처음에는 5km도 제대로 탈 수가 없었는데 다리에 힘이 생기면서 거리와 시간이 늘어났다.


오늘은 머릿속에 한계였던 20km를 돌파한 기념적인 날이다. 그동안 20km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그렇게 타고나면 늘 힘들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는데 전주에 도착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최종 거리를 확 늘리면서 한계는 스스로 만든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일흔. 생전 처음 꿈을 꾸고 도전한다. 오로지 나를 위한 도전. 누구나 처음은 두렵다. 첫 발만 내딛을 수 있다면 다음은 용기가 되고 다음은 또 다음은 한계를 돌파해 간다.

인생에 늦은 건 없다.


두려워 말고 해 보자. 누구나 처음은 두렵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용기로 바꿀 시간이다. 일어나라!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 믿음이란 선물을 주자.

믿음은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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