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사람이 주는 가장 큰 선물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러 가는 길은 행복합니다.
금요일 저녁 군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길. 승강장엔 저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몰라도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함께한다.
6호차 57 좌석.
'빨간 기차 무궁화 비둘기와 통일호가 다니던 시절에는 고급형 기차는 아니어도 중급형 기차는 되었는데, 현재는 가장 오래된 기차이지만 가장 느리고 가격도 저렴한 저급형 기차이다.'
기차에 올라타려고 승강장에 대기하며 서 있다. 다른 호차 승객은 벌써 기차에 올라가지만 난 제일 끝 호차라서 그런지 하차하는 승객이 많다. 언제 하차가 끝나는지 기다리다가 가장 앞에 서있던 승객이 마지막 하차 승객을 보지 못하고 줄을 이탈해 앞으로 나간다.
짐이 많았던 하차 승객은 양손 가득 든 짐을 하나씩 내리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승차하려던 승객이 손을 내밀어 짐을 하나 받아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승차를 시작했다.
기차는 승객들이 탑승 후 문을 닫고 서서히 움직인다.
차내에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 이 열차는 용산에서 익산까지 이동하는 장항행 열차입니다. 열차 이용에 착오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서 길을 간다.
기차가 출발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커피에 중독된 것 같아 오늘 하루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게 원인인 것 같다. 난 어느 때부터 커피를 끊었다 다시 마시곤 한다. 두통에 원인이 커피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중독은 참 무섭다.
군산에 도착하고 밤늦게 저녁을 먹었다.
엄마는 아들이 온 게 반갑다며 내려올 때부터 전화를 해서는 뭐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물으신다.
그 결과 소고기와 딸기를 사놓으셨다.
평소에는 비싸다며 자기 것도 챙겨 드시지 않는데 자식에게는 늘 주고 싶은 마음과 더 못줘서 미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늘 고마운 마음인데....
다음날 아침을 챙겨 먹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했다.
전날에 눈이 내린 덕분이다.
난 출발을 망설였지만 아버지는 길을 나서고 싶어 했다.
"눈이 좀 쌓였는데 괜찮겠어?"
"일단 한번 가보고 못 갈 것 같으면 포기할게!"
이제 출발이다.
아버지의 꿈인 전국 여행의 첫 발은 2025년 2월 22일 시작되었다.
장갑 두 장에 옷도 얇은 옷부터 두꺼운 옷까지 빠짐없이 챙겨 입고 가방에는 도넛 6개, 멸균우유, 보조배터리, 식수까지 챙겨 가방에 넣었다.
처음부터 이것저것 옆에서 챙기고 싶었지만, 이제 이게 나만의 욕심이란 걸 안다.
무엇을 챙기던지 난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할 뿐이다. 여행 도중 무수히 많은 변수가 일어나고 여행자는 변수가 주는 배움을 얻게 된다.
눈길이고 도심지라 5km 구간쯤에서 기다리는데 아버지가 지나가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가득 찬다. 궁금증이 폭발할 무렵 저 멀리 빨간색 옷을 입은 아버지가 보인다.
"아빠~ 아빠 여기 여기야"
너무 반가웠다. 우리 아빠가...
아버지는 잠깐 내려서 물 한잔을 드신다.
"아! 신호등이 많네!"
조금 늦어서 미안하다는 듯 말씀하셨다.
"아니야! 아빠 천천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천천히 가도 괜찮아"
"평소보다 십 분은 늦은 것 같은데 지금부터 대야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
"응 안전하게 파이팅!"
대야로 가는 길 첫 번째 오르막 길이 꽤 길다.
첫 번째 고비라고 생각하며 기록을 남기는데 옆으로 휙 지나간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다음 언덕도 힘차게 넘어오실 걸로 생각하고 대야에서 기다린다. 여기가 10km 정도 되는 지점이다.
어라! 동네 아저씨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신다.
이제야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