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부족합니다.

살만한 세상

by 향기나는남자

잔액이 부족합니다. 버스에 오른 그녀는 당황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그녀는 버스 기사에게 바로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다.

허나 기사님에게 그런 의도는 없어 보였다. 기사님이 오늘 기분이 좋으신지, 평소에도 좋은 분인지 헷갈렸지만 그녀에게 그냥 타라는 눈짓을 보낸다.



이 일로 버스 잔돈 통에 얼마 안 되는 돈을 횡령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났다. 단 돈 천 원인가 얼마인가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일도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 일이 생각난다.



혹여나 기사님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버스에 대한 흔적은 남기지 않으련다. 어쨌든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고 몇 정류장 가지 않고 버스에서 하차했다.



일주일쯤 지나고 버스에 올라타고 가는 길 그때 그녀가 올라탄다.



"혹시 저번에 버스 요금 못 낸 적 있는데 그 기사분 아니신가요? 버스 요금 더 내야 해서요 "


"저는 아닙니다. 앉으세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그녀가 버스에 오르자마자 며칠 전 일을 기사님께 이야기하며 버스 요금을 더 내려고 했다. 기사님은 당사자가 아니라며 다음에 요금을 더 지불하라고 하신다.



사실 버스 요금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지만 일주일 전 그녀가 당황했던 순간에 별일 아닌 듯 도와준 기사님의 버스요금은 경제적 가치로만 따질 수 없다.



누군가는 버스 요금을 아끼기 위한 술수다. 그 사람이 일부로 그러는 것이라며 이야기하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일부로 그러는 사람보다는 가끔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도 있구나 하며 살자.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단 돈 천 원이 조금 넘는 돈에 따뜻한 행복을 느끼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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