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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으며 달리는 기분

세상 자유로움

by 향기나는남자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합니다.


우산을 들고 있던 사람은 우산을 펼치고
우비가 있는 사람은 우비를 입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비를 피하기 위해
가까운 곳을 두리번거리며 찾거나
들고 있던 가방이나 물건으로 머리를 가립니다.


비가 오면 모두 비를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비를 쫄딱 맞고 나면 그때서야
모든 걸 포기하고 내리는 비를 맞습니다.


오늘은 엄청 게으른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오늘은 그 시간을 가뿐히 넘겼고


소파와 오전 오후를 함께하며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후가 돼서야 조금 몸상태가 좋아져서
밖으로 나가볼까 하는데 때마침 비가 내립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그걸 자장가 삼아 소파와 한 몸이 됩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잠시 비는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밖으로 나갔지만 비는 곧 다시 내립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다른 행동을 합니다.


우산을 펴고 비를 피하거나
우산이 없으면 손이나 가방으로 머리를 가립니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는
처음부터 비를 맞으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리는 비에 옷이 다 젖고 나서야
그냥 내리는 비에 온몸을 맡길 뿐입니다.





비가 내리는 날
아무것도 지킬 것이 없는 나는 자유롭습니다.


이미 달리면서 땀으로 몸도 젖었기에
비를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나는 비를 피할 이유가 없기에


더 쏟아지라고
펑펑 내려보라고 오기를 부려봅니다.


비는 앞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내리지만
나는 더 행복합니다.


비가 내려도 지킬 것이 없기에
난 내리는 비를 맞으면 그만입니다.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우산을 폅니다.


우산 속에 몸을 숨겨
비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방 속 서류.
오늘 산 새 옷.
어제 택배온 새 신발.


우산을 펴도 모든 것이 젖고 나면
그땐 자포자기하지만 그때까지는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것을 지킵니다.


비가 내리는 오늘
나는 자유롭습니다.


비로부터 지켜야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비에 다 젖으면 알게 됩니다.


지켜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면
'자유'라는 선물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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