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빗방울은 길을 갈 뿐이다.

너의 길을 가라

by 향기나는남자

비가 내리기 전
하늘은 회색빛 짙어지고
땅에서는 땅내음이 난다.


바람은 평소보다 후끈하고
끈적임이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이다.


어둠이 내려앉고
바람이 불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에서 비가 쏟아진다.


'뚜 둑 뚝 뚝 뚜두두둑'


한 방울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지던 비는
우두둑하며 떨어지고


떨어지는 자리마다
색다른 소리를 만든다.


차에 떨어지는 소리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


우산으로
도로로
흙으로
나뭇잎으로


비가 내리면
나는 내 손을 우산 밖으로 내밀어 본다.


물방울이 떨어지며
손바닥에 닿는 순간


동글동글하던 모양은 사라지고
일 부분은 튀어 날아가고
일 부분은 손바닥에 남는다.


비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비는
바닥에 안착을 하고
땅으로 스며든다.


땅길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빗방울은 계속 순환한다.






인간의 삶도 때론 빗방울처럼
가장 낮은 곳으로 곤두박질치지만
우린 또 길을 찾아간다.


때론 견디기 힘든 여정이 앞을 막겠지만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우리 앞에 던져 줄 뿐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길을 찾지 말고
길을 만들어라.


빗방울이 한 방울씩 모여 길을 만드는 것처럼
오늘 하루도 하나의 빗방울을 만들자.


빗방울은 가장 약한 곳을 찾아
길을 만들 뿐이다.


빗방울은 계획을 하거나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로지 가볼 뿐이다.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7화비 맞으며 달리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