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좀머 씨 이야기

잃어버린 꿈을 이야기하다

by 향기나는남자

결말이 충격적이다.


좀머 씨는 호수길 저 깊은 곳을 향해
계속 길을 걸어갔다.



어두운 밤.
나는 그를 보고 생각할 틈도 없었고
그저 장난인 줄로만 알았다.


그는 그렇게 사라졌고
나는 그날의 일을 함구했다.


잠들기 전에 매일 책을 읽고 있는데
어젯밤은 잠이 오지를 않았다.

좀머 씨가 던진 한 마디 때문이었다.
이 한 마디가 나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좀머 씨의 인생에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세상과 단절하는 듯한 말을 꺼냈을까?


주인공이 좀머 씨를 괴롭혔을까?!
자식이 죽었을까?!


말 못 할 가정사가 있는 건지
억울한 사정이 있는 건지...


책을 읽기 전에는 해결하지 못할 문제였다.


당장 알라딘을 통해 주문을 완료했다.


이 책은 짧은 단편 소설이지만
그 울림은 짧지 않다.


책을 읽는 동안 좀머 씨는 오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곳 날씨는 어떠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는 매일 길만 걷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더운 날도 태풍이 부는 날도


그는 매일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들고 길을 걷는다.


이런 걸음이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싶지만
또 어떤 의미를 남기기도 한다.


아무 의미 없는 걸음이었지만
주인공인 소년이 나무에 올라 자살기도를 할 때
좀머 씨가 그 아래에 잠시 머물면서
삶에 희망이란 선물을 남긴다.


소년은 그날따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피아노를 배우러 가는 길 의도치 않은
방해물들이 나타났고
그 결과 노처녀인 선생님의 화를 돋웠다.


수업 내내 아이는 선생님의 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말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세상에 자신의 필요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고 삶을 포기하기로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위에서 말이다.
그때 좀머 씨가 그 나무 아래서...


궁금할 거다.


나무아래서 무엇을 했는지...
책 읽고 싶을걸...


좀머 씨의 죽음이란 충격적인 결말로
어젯밤 나는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의 죽음이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좀머 씨는 꿈을 이야기한다.




우린 성인이 되면서 꿈이란 것에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꿈이 있었는지
꿈은 존재했는지


의문을 품고 살지만
어느 날 꿈은 꿈꾸는 자에게 나타난다.


좀머 씨의 존재는 꿈이었다.
우리가 꿈이란 존재를 잃어버릴게 아니라
꿈이란 존재를 붙잡으라는 의미를 남겼다.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