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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제빵사의 고군분투 생존기 2

신입 제빵사의 하루

by 연두

https://brunch.co.kr/@9816051954cc430/30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해당 화는 베이커리 카페 에피소드의 마지막 에피소드 입니다.




새벽 5시, 얼른 일어나라며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씻고 옷 입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출근 가방과 도시락 가방을 챙겨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이곳은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와서 먹어야 한다.)


현재 시간 새벽 6시.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는 버스가 오지 않는다. 버스에서 역까지 약 3 정거장

거리인데, 지하철 시간 때문에 지하철을 타지 못할까 봐 이 시간엔 늘 조마조마하다.


다행히 버스가 와 잽싸게 타고 새벽이라 막히지 않는 도로를 힘차게 달려 역에서 내린 뒤

지하철 승강장까지 젖 먹던 힘까지 있는 힘껏 뛰어간다.


무사히 지하철 오는 시간에 맞춰 도착 성공! 지하철을 타고 환승역까지 달린 뒤

역에서 내려 환승을 하기 위한 수많은 인파에 치여 환승 지하철 승강장까지 이동한다.


이번에도 무사히 지하철 환승 성공! 이제 내려서 매장까지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근데 출근 시간 10분 전!! 지각을 피하기 위해 매장까지 약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5분 컷으로 뛰어간다.


헉헉... 드디어 매장 도착... 매장 안에 들어가니 사장님과 직원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며

헉헉대는 나를 보고 진정하라고 하신다.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 모자까지 풀 세팅하고 작업공간에 들어와 근무 시작!


원래 옷 갈아입으러 가기 전에 전날에 만든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오븐, 도우 컨디셔너* 세팅하고 공기 청정기, 전자레인지, 스파 믹서* 등의 전원을 다 켜고 가야 하지만, 다른 분들이 먼저 와서 해주셨으므로 이 과정은 패스!


주로 시야기 업무를 담당하는 나는 냉동고에서 크루아상, 소금빵 등의 생지를 꺼내 수량에 맞게 평철판*에 팬닝 한 뒤 도우컨디셔너에 넣어놓은 뒤 또 냉동고에서 전 날 틀에 팬닝 해놓은 파이와 타르트 생지를 꺼내 토핑을 뿌리고 필링을 채워 오븐에 넣는다. 또 도우컨디셔너를 중간중간 확인하며 빵이 오븐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발효가 되었는지 타이밍을 잡는다.


도우 컨디셔너 안에 있는 빵들이 오븐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발효가 되었으면 소금빵은 소금을 뿌리고,

크루아상은 계란물을 바르고 오븐에 넣고, 더 이상 시야기 할 것이 없다면 구워져 나온 빵들을 진열용 판에

담아 홀 직원 분이 진열할 수 있게 렉카에 꽂아 놓는다.


오븐에 있는 빵을 1차적으로 다 꺼내서 진열했다면 이제 2차전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타임테이블에 따라 줄줄이 빵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안 그러면 빵 나오는 타이밍이 꼬이게 된다.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끝까지 꼬인다.


선임 1이 분할을 하면, 선임 2가 성형을 한 뒤 내가 팬닝과 시야기를 하고 잠시 발효시킨 뒤에 오븐에 넣는다. 이게 계속 반복이다.


자투리시간에 설거지하고, 작업대 정리하고, 도우컨디셔너 닦아주고, 다음 작업 준비하고, 오븐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빵들을 전부 빼고 진열하면 어느새 오전 업무는 끝이 난다.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반죽 파트인 나는 빵에 들어갈 가루류와 부재료를 계량한다.

액체류는 반죽을 치기 직전에 계량해야 하기 때문에 밥 먹고 돌아와서 계량한다.


오전 업무가 일찍 끝나면 반죽까지 다 만들고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있지만, 주말이나 예약, 택배

주문이 있어 물량이 많아 바쁜 날에는 반죽 칠 준비만 하거나 일부 품목만 반죽을 만든 뒤에

밥을 먹으러 간다.




밥을 먹고 돌아오자마자 나는 커다란 스파이럴 믹서*의 전원을 켜 크린콜*을 뿌려 소독한 뒤

액체류를 계량한다. 계량이 끝나면 미리 계량해 놓은 가루류와 액체류를 몽땅 넣어 반죽을

시작한다. 여러 종류의 반죽을 쳐야 하기 때문에 반죽기가 돌아가는 동안 다음 품목의 액체류를 계량한다.

반죽기를 틈틈이 보며 어느 정도 꺼낼 때가 되었다는 상태가 되면 글루텐을 확인한 뒤 반죽을 꺼내

한 덩어리로 뭉친 뒤 타이머를 눌러 발효시킨다. 이 작업을 오늘 만들어야 하는 품목의 반죽을 다 만들 때까지 반복한다.


반죽을 다 만들었으면 반죽기를 잠시 따뜻한 물에 불려놓은 뒤 작업대를 청소하고, 타이머가 울리면

중간에 펀칭*을 해준다.


펀칭 작업은 일정한 시간에 맞춰 2~3번 정도 해야 하는데, 펀칭 작업 횟수를 모두 채우면

냉장고에 넣는다.


반죽을 다 만들고 반죽기에 따뜻한 물에 불리는 이유는 반죽 덩어리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청소하기 쉽지 않아서 물에 불려 작업성을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반죽기까지 청소가 끝나면 선임들이 담당한 업무를 돕거나 제과류를 제조한다.




주로 오전에 타임 테이블에 나와있는 빵이 다 나올 때쯤, 사장님과 함께 그날에 해야 할 생산

스케줄을 짜는데, 그렇게 짜인 생산 스케줄을 퇴근하기 전까지 다 끝내놓아야 한다.


하나하나 시간이 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금처럼 아껴 써야 한다.

한 업무를 빨리 끝내기 위한 재빠른 요령이 필요하다.


나는 업무가 너무 느려서 빨리 하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옆에서 어떻게 해야 빨리 끝낼 수 있는지

많이 알려주셨고, 나도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다른 사람의 방법과 나의 방법을 섞으니까

처음보다 작업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그날 하기로 한 생산 스케줄이 모두 끝나면 사장님과 함께 다 같이 작업 공간을 청소한다.

사용한 작업대, 냉장고, 냉동고 등을 닦고, 설거지하고, 개수대 하수구와 쓰레기 통 비우고, 바닥을 쓸고 닦는다. 마지막으로 작업대 닦는 데 사용한 행주를 빨아놓으면 오늘의 업무는 완전히 끝이 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근무하다가 내가 해동시켜야 되는 재료 등 잊어버린 업무는 없는지 냉장고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옷을 갈아입은 후 먹고 싶은 빵(아직 안 먹어 본 빵)을 챙겨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퇴근한다.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시간은 금이라고. 이곳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금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10시간이 10분 같고, 10분이 10초 같다. 그만큼 바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

잠깐 정신 차리면 오전 근무 끝나있고, 또 잠깐 정신 차리면 오후 업무까지 끝나서 청소하고 있고,,


주방에만 있고 그곳에서 바삐 움직이다 보니 홀 직원들과 인사도, 제대로 된 대화 한 마디 못한 날들이 많지만,

가끔 주방까지 와서 먼저 인사해 주고, 힘들지 않냐며 말 걸어주고, 음료 챙겨주는 그들을 보면 참 감사하다.


지금 퇴근하는 길, 나의 손에는 그들이 챙겨준 빵과 테이크아웃 된 음료가 들려 있다.


나는 오늘도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과 나에게 잘해주고 챙겨주는 모두에게 감사하며 기쁨으로 벅차오른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입사 2주 차 신입 제빵사의 하루는 매일매일 우당탕탕 하지만, 하루하루 배워가고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보며

역시 이곳에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도우컨디셔너- 냉장, 냉동, 발효 기능이 있는 머신. 주로 발효를 할 때 많이 쓰며, 빵을 만드는 매장에선 필수로 있어야 하는 머신 중에 하나다.


평철판- 오븐에 빵을 넣기 전에 필요한 판. 모든 메뉴에 사용되는 판은 아니며, 나무 판에 실리콘 페이퍼를 깔고 팬닝 해야 하는 품목도 있다.


크린콜- 소독액. 주로 테이블, 기계를 소독할 때 사용하며,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알코올이다. 이것도 음식을 다루는 매장, 공장에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중에 하나다.


스파믹서- 들어간 재료를 빠르게 섞어주는 머신으로, 보통 1~3단까지 세기 조절이 가능하며, 주로 제과류를 제조할 때 많이 사용한다.


스파이럴믹서- 스파믹서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머신으로, 세기 조절을 핸들로 조절하는 것이 있고, 버튼으로 조절하는 것이 있다. 주로 제빵류를 제조할 때 많이 사용한다.


펀칭- 폴딩이라고도 하며, 발효가 끝나면 반죽을 한번 섞어주며 가스도 뺴주고, 반죽의 모든 면에 발효가 골고루 될 수 있도록 섞어주는 과정이다. 발효가 끝날 때마다 펀칭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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