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카페 첫 출근
https://brunch.co.kr/@9816051954cc430/29
<전편 참고>
※ 이 글은 회사의 정보 유출 문제 가능성을 고려해서, 일부(지역, 시간 등)는 각색하고, 회사의 상호명은 공개하지 않았음을 밝히며, 회사에 대한 추측성 댓글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베이커리 카페에서의 첫 출근 날이 되었다. 출근 시간은 7시인데, 집에서
새 직장까지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해가 뜨기도 전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
늘 새로운 직장에서의 첫 출근 날은 항상 떨리고 긴장된다. 새로운 환경에, 어떤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아침에 일어나다가 오래간만에 새벽에 일어나서 나온 건데도 떨리고 긴장돼서 피곤함이 모두 날아가버렸다. 차라리 다행인 건가.
버스와 지하철 안에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는 좌석이 꽉 차있었고, 지하철도 출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부지런하다.
드디어 도착한 나의 새 직장. 이직으로 치면 4번 차 직장인 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너무
일찍 도착한 건지 매장 문이 잠겨있었다. 나는 오늘 첫 출근이라 문을 못 열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이 올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매장에 들어갔다.
매장으로 들어가자마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빵 냄새와 함께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작업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오늘은 첫날이니까 이 매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한번 보라고 하셨다.
대부분의 빵집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 상황에 맞춰 제품이 나오는 타임테이블이 있다.
예를 들면 8시에는 식빵이 나오고, 9시에는 단팥빵과 슈크림빵, 10시에는 치아바타 이런 식으로 말이다.
타임테이블이 있는 이유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제조 공정 때문이다. 매장마다 판매하는 제품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빵이 와다다 전부 나오기는 어렵고 시간과 동선에 맞춰서 30분이나 1시간에 비슷한 공정을 가진 제품들이 나올 수 있도록 타임테이블을 짜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갓 구운 빵을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침에 빵을 제조하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통씩 손님들에게 전화가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빵이 언제 나오냐고, 예약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문의 전화가 온다. 갖구운 빵을 시간 맞춰 드시러 오시라고 타임테이블을 매장 문에 붙여놓고 sns에도 타임테이블을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직원들을 따라다니며 이 매장의 타임테이블에 따라 몇 시에 어떤 메뉴가 나오는 지와 작업 순서, 각 메뉴의 시야기*와 성형 및 팬닝 등을 어떻게 하는지 배웠고, 모든 메뉴를 다 빼고 나니 벌써 점심이 되었다.
이곳의 시스템은 이러했다. 사장님은 총괄, 선임 1은 분할 및 성형, 선임 2는 오븐, 마지막으로 나는 시야기 위주를 담당하고, 파트는 반죽 파트와 페스츄리 작업(파이롤러) 및 재료 전처리, 제과류 제조 파트가 있는데,
나는 반죽 파트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는 선임분에게 반죽 파트 업무를 배웠고, 반죽 파트 업무가 끝나고 간단한 재료 전처리를 배우고 작업 공간을 청소하니 벌써 퇴근 시간이 되었다.
이곳의 퇴근 시간은 5시 반으로, 10시간 근무이다. (9시간 근무, 점심시간 1시간)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사장님은 첫날인데 고생했다고 말하며 우리가 만드는 빵은 다 먹어봐야 한다며
먹고 싶은 빵 가지고 퇴근하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옷을 먼저 갈아입은 뒤, 먹고 싶은 빵을 챙기고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매장을 나갔다.
베이커리 카페에서의 첫날은 그 어느 날 보다, 심지어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 공장 보다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눈 감았다 뜨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래서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이곳의 분위기였다. 우리는 막 큰 소리로 화내고 혼내지는 않으니까
너무 긴장하고 무서워하지 말라는 사장님과 직원들의 말에 나는 긴장된 마음이 바로 가라앉았다.
브런치 카페에서 늘 나만 차별하고 괴롭히고 갈궜던 상사를 겪다가 그런 상사가 없는 이곳에 오니
"나는 지금 천국에 온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너무 좋았다. 마음도 편안해졌고.
또한 베이커리 업무라 요일은 스케줄 근무 지만, 시간은 고정에, 손님들을 응대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도 좋았다. 그냥 몸과 마음이 둘 다 힘들었던 곳에서 탈출하니 모든 게 다 좋았다.
하지만, 이곳의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들 예정인데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아무리 마음이 편해도 내가 선을 넘어서는 절대 안 되겠지.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으니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근무해야겠다! 앞으로의 나 자신, 아자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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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기- 작업대 위에서 작업하는 모든 업무. 주로 빵을 오븐의 넣기 직전 단계로 빵 위에 토핑을 올린다거나,
계란물을 바르는 등의 업무를 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베이커리 카페 에피소드는 해당 에피소드를 포함하여 총 3개의 에피소드로 업로드될 예정이며, 이번 에피소드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다음 에피소드에는 베이커리 카페에 신입 제빵사의 업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신입 제빵사의 하루 일과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볼 예정이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