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00권을 기부했다.

살아남은 정예멤버 60권.

by 정책임

어렸을 때부터 책은 나에게 가까운 친구였다.


학생 때는 지적허세를 위해, 마이클 샌델 시리즈와 같은 어려운 철학책을 읽은 기억도 난다.

그런데 지적인척을 하기 위한 행동이, 실제로 독서라는 취미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남들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로 독서라는 행위자체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2019년도부터이다.


처음으로 사회의 쓴맛을 보면서, 힘들던 시기에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부의추월차선이라는 책이 유명하지만, 그때당시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알다시피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며 대부분 부정적인 후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너무나 도움 되었던 내용이 있다.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이 있음을 처음으로 인식하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 충격과 도파민으로 그때부터 유명한 경제, 경영,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독서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책을 빌려서 보면 좋으련만 욕심은 많아서, 책을 꼭 내 소유로 만들어서 (구입) 해서 보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집은 서재처럼 보였다. 이사할 때에도 책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그렇게 19년도부터 시작된 나의 책 모으기는, 어느덧 500권에 육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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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남아있던 책은 460권이었지만, 주변에 빌려주었던 책이 보수적으로 잡아도 40권이 넘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였다.


첫째,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하루의 시작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습관이었던 독서다.

하지만 책이 많아지기 시작하니,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고민하고 책을 고르면, 의지력이 소진되어 이미 읽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또한 선택지가 많으면 후회 또한 깊다 했던가, 그렇게 어렵게 고른 책도 금방 내던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선택의 폭을 확 좁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이사문제였다.

이번에 서울로 이사준비를 하면서, 제일 곤란한 것은 책이었다.

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점점 더 짐이 많아졌다.

다른 이삿짐의 양보다, 책만 따졌을 때 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2가지 큰 이유로 책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소유한 것은, 본래 가치보다 더 높은 값어치를 매긴다고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막상 버리려니 너무 아깝기 시작했다. 그리고 돈을 주고 사라 하기엔 다른 사람은 큰 가치를 못 느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기부였다.

그래서 인스타 스레드와 당근에 나눔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제주도라는 특징 때문인지 타 지역 사람들은

그냥 중고서점사이트에서 사는 것이 더 싼 지경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연락이 많고 정신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나눔을 결심했지만

스트레스도 받고, 시간소요가 많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 책 수거 업체를 찾아내어 업체에 기부를 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중고플랫폼을 잘 사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차라리 그런 에너지를 쎌빠에, 그냥 스트레스받지 않고 그냥 버리는 걸 택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그냥 안 버린 것만으로 용쓴 거다.


500권의 책을 모두 다 버리지는 않았다.

그 500권 중 정말 좋은 책들 60권가량을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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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책을 봐오면서 여러 가지의 책들을 보았다. 그중에서 대다수는 내 기준, 종이가 아까운 책들이 너무 많았다.


책을 읽을수록, 그 저자의 생각의 뿌리가 되는 책들을 찾게 되었고

그러한 뿌리 같은 책들을 찾을수록, 고전책들이 더 좋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전공책과 같은 한 권의 책이, 10권의 책 보다 낫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나만의 책들이, 위 사진에 있는 60권이다.

얕은 내용의 책도 있고, 고전 바이블과 같은 책도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들도 있다.


좋아하는 많은 책들을 떠나보내며, 여기서 더 줄이라면 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결국 다 버리고 딱 10권만 남겨야 한다면 어떤 책을 남길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재미로 혼자서 그 10권을 뽑아 봤다. 순서에는 의미가 없다.


1. 정상에서 만납시다

2. 전뇌사고

3. 언스크립티드

4. 원 페이지 마케팅 플랜

5. 부자아빠의 투자가이드

6. 코스모스

7. 생각에 관한 생각

8.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9. 원씽

10. 행동은 불안을 이긴다.


+ 잠들어 있는 시간을 깨워라, 카피라이팅의 정석, 스타트업 설계자.

그리고 밑줄 친 것들은 top3이다.


p.s. 누군가 내가 읽었던, 가장 쓰레기 같은 책이 있었냐고 물었을 때, 딱 한 권이 바로 떠올랐다.

역행자



책이란 건, 나의 현재 경험치와 필요에 따라 그 값어치가 계속 달라진다.

지금은 좋았던 책이,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는 책이 되고

지금은 쓰레기라 생각했던 책이, 시간이 지나면 인생책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 나의 top10은 항상 왔다 갔다 할 것이다.

10년 뒤에 나는 어떤 책을 top10으로 뽑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반대로 10년 뒤 나는 현재 내 top10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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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