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끝, 두근 거리는 처음,
2021년 12월 10일.
내가 제주도로 이사 온 날이다.
2026년 1월 9일.
이제 제주도를 떠나는 날이다.
아무런 연고 없이
광주에서 있었던 인연과 악연, 커리어와 명성들, 고통과 후회들을 모두 두고 온
새로운 시작은. 내 성격을 닮았었다.
춥고 어둑한 겨울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가 설레게 만들었다.
혼자서, 비나 눈이 오는 어둑한 날. 불빛 없이 혼자 집에서 책 읽기.
그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꽉 채운 4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그대로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감사하고 소중한 씨앗들을 찾아냈고, 생각보다 더 변한 것도 많았다.
알게 모르게 성장하는 것. 이게 나에게 알맞은 속도인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눈에 띄게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초반 5년 미만일 때뿐.
살면서도, 세상이 크게 변하는 것은 사회에 들어온 지 초반 5년일 때뿐.
그 시기를 지나면 계속 발전 없이 그대로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운동이든 삶이든 문득 돌이켜 보면 "성장했구나"라고 느껴진다.
크게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것들을,
하루하루 꾸준히 쌓아가다 보니,
내 삶에 가장 크고 특별한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3대 500을 넘기고, 다이어트도 해봤고, 예쁜 몸도 가져봤고,
트레이너로써 경험할 대부분을 경혐해 보았기에 더 이상은 욕심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할 이유와 열정이 없었음에도, 하루하루 그저 해나갔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서울생활이 더 기대된다.
어차피 잘 지낼 거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서울 또한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환경이 변한다고 두려워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일 두렵거나 걱정스럽더라도, 그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그 모든 걸 관찰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문득, 오늘 출근길에 떠올랐다.
어떤 일, 또는 습관을. 하루정도만 하거나 하지 않는 건, 삶에 아무런 영향을 못 느낀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4년이 지난다면, 그 일, 습관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면서
해나가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인다.
누군가 그랬다.
어떤 결과를 바란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결과를 쫓는게 아니라,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보이지 않던 삶의 방식이, 비로소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