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 없는 것을 사다.

사도 사도 끝이 없는 나의 부족함

by 규현

12월부터 2월까지는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가는 시즌이다. 대학교 입학이나 졸업 혹은 새로운 직장에 이직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옮기고 한다. 나도 1월쯤 이사를 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도권에는 인구수가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을 구하는 과정이 많이 순탄치가 않아 졌다. 여러 가지 집을 구하는 어플을 많이 사용해 봤지만 마땅히 마음에 드는 집은 없었고, 부동산을 돌아다녀도 매물이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다시 집으로 복귀하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 퇴근하고 돌아다니고 주말에도 전화하면서 예약하면서 보고 그런 시간을 가지다 보니 정말 간신히 내가 잠을 잘 수 있는 방을 어렵사리 구했다.


불안 불안한데...?


그렇게 어렵게 계약을 하고 났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집을 구했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그 집이 어딘가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100%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런 집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계약과 동시에 입주가 2달이 남은 기간 동안 머릿속으로 계속 불안한 감정이 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입주를 하고 나서 막상 집에 들어오니깐 불안한 감정보다는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불안했던 마음보다는 생각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나만의 집이 생겼다는 마음에 필요했던 물건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하나 둘 사고 또 사고 끝이 없이 살 물건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분명 필요한 것을 메모지에 정리해서 총괄적으로 구매를 했지만 다음날이 되면 사야 하는 물품들이 생각나고 그러면 또 구매를 해야 하고 이를 반복하니 내 통장에 줄어드는 잔액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편했나?


머가 그리 불편하거나 도대체 어떤 것이 필요해서 구매를 하는 것일까? 혼자 사는 데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할까? 내가 꿈꿔왔던 그런 집이 요리할 수 있고 가정집은 아니지만 카페 같이 정리정돈이 잘되고 분위기 있는 집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부담이 되면서 물건을 사야 하나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눈뜨고 밖으로 나가고 집으로 들어와서 잠에 들 때까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되었다. 끙끙 앓고 다른 사람에게도 고민상담 그리고 추천을 받기도 하고 그래도 사고 싶고 부족해 보이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으니 나의 미래를 위해서 일주일만 참아보기로 했다. 부족해 보이는 것을 사기에는 너무 많으니 부족해 보여도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 일단 살아보고 순위를 매겨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을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집안 상황을 생각 안 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바쁘게 살고 다른 생각을 하고 걱정할 시간에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보냈다. 이후 부족함의 순위를 매겨보려고 노트를 펼쳐보니 지난 일주일의 시간 동안 딱히 부족하게 느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크게 없었다. 만약 진정 부족하다고 느꼈으면 이미 내가 그 물건이 없었다면 생활하기 어려웠을 것인데 이렇다 할 불편함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 문뜩 깨달았다. 내가 채우려던 건 방의 빈자리가 아니라 마음의 빈자리였다는 것을... 침대와 조명, 수납장과 커튼을 들여놓을수록 집은 내 것이 되어갔지만, 이상하게도 안심은 따라오지 않았다. 물건은 불안을 잠깐 덮어줄 뿐, 불안의 뿌리를 뽑아주진 못했다. 어쩌면 나는 집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이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는 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어렵사리 구한 집이라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있지만 그 특별함에 대해서 소중하게 인식하는 것보다 불편함을 더욱 없애고 단점을 가리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던 것 같다. 부족하기에 채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부족보다는 만족을 생각하면서 사는 인생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되짚어본다.




그래서 이제는 더 채우기보다는 먼저 멈춰서 보려고 한다. 무엇이 없어서 불편한지, 무엇이 없어서 불안한지 구분하는 일부터 시작하려 불편은 대개 물건으로 해결되지만 불안은 내 기준과 시선이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형태를 따라가다 보면 내 집은 금세 전시장이 되고, 나는 그 안에서 계속 평가하고 부족함을 찾는다. 집은 흠을 감추는 장소가 아니라 흠이 있어도 쉬어갈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 이제는 장바구니를 채우기 전에 내 마음부터 살펴보려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더 그럴듯한 공간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편하게 두는 여백일지도 모른다. 부족함이 보여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 그 말 한마디가 결국 내가 원하던 집을 만든다.


완벽함을 산다는 것은 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기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고 그렇지만 산다는 행동이 결코 완벽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하나씩 하나씩 완벽을 위해 구매를 하다 보면 나의 집은 언젠가 과부하 상태가 와서 스스로가 움직이지 못한다. 당신의 내면에 부족한 부분보다 만족에 대한 생각을 가진다면 당신의 내면이라는 집이 더욱 넓게 보여서 자유롭게 뛰어다니지 않을까 싶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9화내 기준이 전부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