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리 엄마

그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by 벗곰

- 엄마 나 용돈 좀.

- 돈 좀 아껴 써!!! (그러나 지갑을 연다)

- ......(˶ᐢ. .ᐢ˵)ㅋㅋㅋ


나는 진작에 어머니에 관해 글을 한번 써보려고 했다. 그러나 매번 약간 어려움을 느꼈다.


일단 나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다른 가족들에 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왜냐하면 내 어머니의 삶은 이들과 무관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까.


기독교 방송과 함께 시작되는 아버지의 아침,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시간 남으면 설거지도 하고, 잠든 아내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뒤 최저임금을 받기 위해 기꺼이 출근하는 그의 뒷모습은 가히 성스럽다. 보이지 않는 천사의 날개가 그의 등에 달려 있다.


내 글에서 동생은 대개 희생자로 묘사된다. 녀석은 나와 나이가 비슷하지만 신용카드가 한 장도 없다. 40살이 되도록 신용카드와 운전면허증을 갖지 못한 삶 – 이것이 그의 현실과 비극을 압축시켜 표현해 준다.


막상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하니, 두려웠다.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우려스러웠다. 내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신뢰에 관해 항상 명심하는 말이 한 가지 있다.


‘신뢰란 종이와 같다. 한 번 구겨지면, 결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의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싸웠다고들 한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어머니에게 걸린 마법 때문이었다. 내 어머니는 그녀의 남편, 즉 내 아버지가 대신 나서서 자신을 변호하고 싸워 주기를 원했다.


아버지는 직장에 다녀야 했으므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우리 남매는 너무 어렸으므로 증인이 되어 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내 어머니에게 걸린 마법의 실체를 재빠르게 알아차리지 못했고 둘은 자주 다투었다.


먼 훗날 아버지로부터 어머니의 비밀에 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더 안타까웠다.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 그녀의 피에 흐르는 마법은 어쩌면 정작 내 어머니보다 내 아버지에게 더 큰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내가 생각해 봤는데, 내가 만약 내 나이에 제대로 졸업하고, 아빠 말대로 공무원이 돼서 결혼까지 했다고 쳐. 그랬으면 애도 하나 낳았겠지. 하지만 나도 엄마처럼 비밀이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 나도 엄마랑 똑같이 살아야 했을 거야.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 아빠 같은 사람은 흔하지 않아. 아마 내 남편은 나를 인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나는 이혼당하고 자식을 빼앗겼든지, 아니면 혼자서 키워야 했을걸? 어느 쪽이든 쉬운 길이 결코 아니야. 요즘 같은 세상에 결혼한 여자가 엄마처럼 전업주부로 계속 살 수도 없어. 시댁 식구들이 나의 비밀을 알면 분명 나를 깔보고 함부로 대했을 거야. 나는 어차피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아주 커. 엄마는 내 성격 알잖아.’


내가 이 말을 하자, 어머니는 크게 흔들린 것 같았다. ‘그렇게 슬픈 생각은 하지 마라.’라고 짧게 말했다.


그녀의 마법은 그녀를 난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걸린 마법은 그녀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녀를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게 만든다.


그녀에게도 비밀이 있고 나에게도 비밀이 있다.


그렇다고 내 어머니가 단점만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아버지 같은 강인한 영웅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영웅의 사랑을 독차지한 절대 미녀 정도는 된다.


나의 어머니는 거짓말 따위는 함부로 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수십 년 지속된 동기들과의 모임에서 줄곧 회계를 도맡아 왔다. 나는 내 어머니가 단 한 번도 무엇인가 부당하게 욕심을 내거나 누군가를 이유 없이 헐뜯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의 비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왜 저렇게 하루 종일 잠만 자는지 몰랐고, 단순히 게으르다고 판단했다. 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고,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자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으며 - 제대로 된 사냥법을 알려주지 못했고 - 그래서 결국 자식 모두 패배자로 몰아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어머니의 주변인 중 몇몇은 그녀를 질투한다. 그녀의 주변인들은 그녀가 좋은 남편을 만나 팔자 좋게 산다고 생각하고 상당히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나와 내 동생의 현실을 잘 모른다. 어느 날 어머니가 말했다.


‘내가 친구들이 니들 뭐 하냐고 묻길래 하도 부끄러워서 그냥 다 취직했다고 했다. 프리랜서라고 했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상당히 거칠게 우리 남매를 다룬다. 거침없이 짜증을 내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신경질적으로 잔소리를 퍼붓는다. 우리 남매가 부끄러워 죽겠다고 대놓고 말한다. 대놓고 창피하다고, 정신 좀 차리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우리 남매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의 아버지는 강하다. 그는 위대하다.

그러나 나의 어머니는 선하다. 그녀는 결백하다.


그녀는 나에게 순수한 영혼이 가질 수 있는 미덕에 대해 언제나 돌이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때때로 생각했다. 어린 나에게 진정 고유한 자아라는 것이 실재했을까? 하고.

과거의 나는 그저 내 부모의 두 영혼을 모아 만든 일종의 복제품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나는 어머니의 비밀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만큼 어머니 또한 나의 글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니까.

오른손에는 아버지를 위한 펜을, 왼손에는 어머니를 위한 펜을.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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