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창작동기

파랑새의 조언

by 벗곰

-학생 글 내려.

-...... ̿̿ ̿̿ ̿̿ ̿'̿'\̵͇̿̿\з= ( ▀ ͜͞ʖ▀) =ε/̵͇̿̿/’̿’̿ ̿ ̿̿ ̿̿ ̿̿


따사로운 봄날이었다. 나는 실업자이므로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예전에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야, 출세할라면 다 줘야 해. 진짜 다 줘야 한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는 중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증오로 가득 차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PC - Political Corectness -라는 단어를 몰랐다.

지금도 고상하고 우아하고 현학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좀 무지해서.

그럼에도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나의 이 억울한 유년 시절이 어딘지 내가 속한 사회와 전체적으로 막연히 연결되어 발생했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 왔다.


진시황이 제아무리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시도했어도, 다가오는 새벽은 막을 수 없었달까.


당시 나는 위대한 ‘언어’의 힘을 맹신하는 순진한 부류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고 싶지 않았고, 무엇이든 해야겠다거나 혹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잘것없는 나의 재능을 믿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오지라퍼 -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호칭 - 가 되었다.

아무튼 그 당시에 나는 나와 직접 상관없는 온갖 기삿거리를 뒤지고, 누군가의 글에 비판적인 소감을 댓글로 달았다. 내 기준에서 그것은 내 나름의 정의를 추구하는 위대한 투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파랑새가 말했다.


야 정신 차려라. 너 그거 다 남 좋은 일이다. 네가 댓글 백날 달아봤자 아무도 안 본다. 너는 네가 지금 누구 좋은 일 하는 줄도 모르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진짜 이쁜 년들은 그 시간에 그냥 낯짝에 분칠이나 하고, 더 늙기 전에 재주껏 골라서 시집이나 간다. 네가 하는 일은 다 그런 년들 좋은 일 하는 거야.’


나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충격적이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내 댓글과 내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은 미미하다. 아마 누군가는 나에게는 위선자라는 검색 태그를 달 것이다.


나는 내가 혹여 프로필 사진이라도 한 장 올렸을 경우를 상상했다.


야 이년 생긴 것만 봐도 견적 바로 나옴. 뻔한 년. 반박 시 네 말 다 맞음. 그럼 수고 ㅋㅋ’


( °ᗝ° ).....!!!


아무튼 파랑새의 조언을 바탕으로 나는 나의 작은 투쟁에 흥미를 잃었다.

그렇다.

나는 무엇인가 위대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사실은 그냥 맛있는 똥이나 싸고 있었다.


나 자신이 바로 내가 구조하고 싶었던 바로 그 돼지였다.


내가 아무리 똑똑해져 본들, 나는 그저 좀 더 영리한 돼지, 돼지떼를 몰고 다니는 또 다른 왕돼지, 영원히 홀로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고독한 돼지, 혹은 더 맛있는 똥물을 찾아 어디론가 총총 사라졌을 수많은 그저 그런 시시한 돼지들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을까.


아무튼 파랑새의 정직한 조언은 나를 멈추게 했다.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발언은 상당히 무식해 보였지만 제법 일리 있었다.


어쩌면 그가 나를 가장 진실로 사랑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가 나의 가장 진실한 스승이었을지도.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냥 썼다. 재미였다.


학대당한 아이들은 자라서 그 학대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많다던데, 나는 나의 펜이 누군가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 놓는 상상을 했다. 즐거웠다. 나는 내 글을 읽는 이들을 울게 만들고 싶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나는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으나 무엇이든 쓸 수 있었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냥 내가 본 것을 그대로 옮기면 그뿐이었고, 대부분 손뼉 쳐 줬다.


나는 순진한 척도 잘했다. 나의 노련함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내가 분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엇인가를 썼고, 출력해서 종이 상자에 담았다.

내 보물상자, 내 새로운 보물상자.


오늘도 무엇인가를 썼고, 이것을 홀로 읽고 다듬었다.

공놀이를 하자, 공놀이. 통통 재밌는 공놀이.


우물에 빠져 죽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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