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 위에 드러난 진짜 주인
파랑새 마을에는 청 과부라고 불리는 여인이 하나 살고 있었어요. 그 여인은 글재주가 뛰어났어요. 비록 인물은 없고 뚱뚱했지만 그래도 글솜씨는 제법이라고 사람들이 입 모아 말했어요.
어느 날 파랑새 마을에 백일장이 열렸어요. 모두 청 과부의 글이 상을 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 어느 날 청 과부네 집에 도둑이 들었지 뭐예요.
도둑은 희한하게 아무것도 손대지 않고 그저 청 과부의 원고 뭉치를 하나 훔쳐 갔다고 해요.
아무튼 청 과부는 곧장 파랑새 마을 김 사또에게 달려갔어요. 자신의 원고는 그리 값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매우 소중한 것이니 꼭 찾아서 돌려달라고요. 그것은 마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정성껏 만든 동화라고요.
그러나 무슨 수로 그까짓 원고 뭉치 하나를 찾는답니까.
결국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파랑새 마을의 백일장이 열렸어요. 그중에서 일등 글은 ‘속옷 짓는 여인’이라는 제목의 글이었지요. 가난한 여인이 밤새 속옷을 지어 팔아 늙은 개를 위해 소고기를 샀다는 감동적인 이야기였어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생각했어요. 저 글은 청 과부의 글이 분명해 - 그때까지 만해도 파랑새 마을에서 그런 글을 지을 사람은 청 과부뿐이었고 - 청 과부는 실제로 하얀색 늙은 진돗개 한 마리를 길렀거든요. 아마도 그 개를 위해 지은 글일 것이라고 모두가 내심 생각했어요.
역시 예상이 맞았어요. 청 과부는 사또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사또, 억울하옵니다. 그 글은 본디 제 것이었습니다. 제가 도둑맞은 제 글이 분명합니다.’
파랑새 마을 김 사또는 그녀의 곁에 있던 하얀색 늙은 개를 한 번 쳐다보았어요. 내심 그럴 것이라 그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증거도 없이 선뜻 그녀의 편을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왜냐하면 파랑새 마을에 사는 사람 중에는 그녀처럼 늙은 개를 기르는 이들 역시 매우 많았기 때문이에요.
파랑새 마을 김 사또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청 과부와 그 글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김 여인을 사람들 앞에 불러 세웠어요. 파랑새 마을 사람들 모두 우르르 몰려 구경을 갔지요. 사또가 말했어요.
‘이 글의 진짜 주인은 누구냐, 사실대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경을 칠 것이다.’
청 과부는 짧게 사연을 이야기를 하고 침묵을 지켰어요. 그녀의 곁에 서 있던 김 여인은 비단 저고리로 눈시울을 닦으며 연신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김 여인은 파랑새 마을에서 제법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어요.
만약 그 글이 김 여인의 것이라면 아마 그녀는 이웃 마을 큰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을 것이에요. 설사 그 일이 성사되지 않아도 백일장에서 우승이라는 크나큰 영광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요.
파랑새 마을 김 사또는 잠시 침묵했어요. 그는 자신의 수하를 불러 말했어요.
‘뒷간에 가서 똥물을 한 양동이 가져오너라.’
그의 곁에 있던 이방의 표정이 어두워졌어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수하를 시켜 뒷간으로 가 커다란 양동이 한가득 똥물을 퍼 오게 했어요.
김 사또는 보란 듯이 자리에서 내려왔어요. 그리고 직접 똥물이 가득 든 양동이를 들어 두 여인 가운데 놓인 그 비운의 원고 위에 확 쏟아부었답니다.
순식간에 원고는 똥물을 덮어썼어요. 난리가 났어요.
원고 주변으로 똥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어요. 구경꾼들은 다들 인상을 찌푸렸어요.
김 사또는 나직이 말했어요.
‘자, 이제 진짜 주인이 찾아가라.’
청 과부는 말없이 그 똥물에 적셔진 원고 뭉치를 바라보았어요. 옆에 있던 그녀의 하얀 개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녀석은 보란 듯이 그 원고 뭉치를 덥석 입에 물고는 청 과부의 곁으로 가 꼬리를 치기 시작했어요.
청 과부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어요. 똥 냄새가 풀풀 나는 원고를 받아 그것을 품에 꼭 안았어요. 그녀는 사또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선 늙은 개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자리를 떠났어요. 그녀의 늙은 개가 신이 나 꼬리를 흔들며 그 곁을 뒤따랐어요.
이것을 지켜보던 김 여인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어요. 곧이어 그녀의 얼굴이 붉게 변했어요. 김 사또는 여인을 한번 힐긋 쳐다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고 관청 안으로 들어갔지요.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하나둘 자리를 떠났어요.
아, 이 이야기는 벌써 몇 년도 더 되었어요. 청 과부의 늙은 개는 그날 저녁에 소고기를 얻어먹었답니다. 그 개는 이제 나이가 많아 죽고 없지요. 청 과부는 개가 죽은 이후로 한동안 몹시 슬퍼했다고 해요. 그러나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 이웃 마을 홀아비에게 새로 시집을 갔어요.
그리고 속옷 장사를 시작했다나 어쨌다나, 뭐 알아서 잘 살겠지요.
― 이 이야기는 ‘솔로몬의 재판’을 모티프로 하여 창작된 저작권 분쟁을 풍자한 우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