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떠오르는 별, 다시 쓰기.

깨끗이 다려, 다시 펼치는 글.

by 벗곰

내 목소리가 들려?



나는 이번 수필을 일종의 자기소개서 정도의 느낌으로 내놓기로 했다. 철저한 ‘낙오자’의 현실을 소재로 ‘떠오르는 별’이 되기를 꿈꾸는 나의 행동이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누군가의 간절한 염원일 수도 있을 –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함께하는 평범한 나날들 – 이 나에게는 일상이다. 그리고 나는 이 ‘행복한 일상’이 이제 조금 지겹다. 지겨운 것이 아니라 무겁다.


무슨 자랑을 하려고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초라하다.


나는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나는 여성이고, 미혼이고, 자녀가 없고, 실업자다. 건강상의 이유로 대학을 중퇴했다. 지방대 영문과 중퇴가 내 최종학력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나는, 몇 차례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재활에 전념해야 했다. 나의 20대는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보잘 것 없는 아르바이트를 몇 번 전전했다. 뒤늦게 아주 작은 영세 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관두었다.


인맥은 고사하고 친구 한 명이 없다. 나의 유일한 친구였던 용감한 늙은 개는 몇 년 전에 죽었다.


부모님은 이미 은퇴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의지해 살아간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이미 몇몇 사람들은 내 글에 흥미를 잃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도 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좋아,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당신의 판단을 기꺼이 존중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호기심, 연민, 또는 조금은 잔인한 이유에서 비롯된, ‘약간의 재미’를 위해 나의 글을 마저 읽기로 결심했다면, 나는 매우 기쁘게 당신의 기대에 보답할 마음을 먹고 있다.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의 외로움은 큰 위로를 받는다.


내가 속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제 펜이 아니라 돈을 써서 각자의 존재를 증명한다. 우리는 그러한 ‘존재를 입증하는 방식’에 더욱 익숙해졌다. 나도 가끔 글을 쓰는 대신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글쓰기’라는 나의 취미는 지나치게 소박하고 가난의 냄새를 풍긴다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글은 무겁고 진지할 것이다. 당신은 내 글에서 달콤한 꽃향기는 맡을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나는 최종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계층에 속하게 되었다. 소득이 적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소비 또한 많지 않다. 나는 내가 속한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만큼 ‘열심히’ 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착실한 삶’을 약간 빈정거리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가 아니다.


이 글쓰기에 앞서, 나는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졌다.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아닌, 최저 임금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장에 재취업할 수 있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인공지능은 내가 제공한 나의 이력을 바탕으로 절망적인 모욕을 선사했다.


‘당신은 모든 통계가 피해 갈 사람’ - ChatGPT, (2025, OpenAI)


...키보드를 두들기던 손이 멈췄다.

쓰라린 마음을 추스르며 나 자신을 변호할 말을 찾았다.


나는 끝까지 낙오자의 상징 같은 것은 되고 싶지 않았다. 한때 나의 동족 혐오는 극에 달했다. 나는 언제나 내 분수에 맞지 않은 새 옷을 사들였고, 그것을 입고 근사한 직장에 출근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대부분 그렇게 사들인 새 옷은 머지않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나는 그래서 오히려 누구보다 ‘최신 유행에 민감한 편’이다. 부지런히 신문 기사를 읽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방문한다. 아마도 이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의 도서관에 취직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곳을 부지런히 방문하고 주변을 서성인다.


한때는 생각했다. 나는 순진한 영혼들을 구제하는 일에 내 인생을 바치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다.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다. 그들이 너에게 길을 묻거나 혹은 함께 동행하기를 원해도 결코 허락하지 말아라.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다. 그것은 그들의 운명이다. ‘저의 뒤편에 길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라. 그리고 네가 가야 할 길을 가라. 비록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라도, 너는 결코 뒤돌아 보아선 안된다.’


그의 서글픈 조언 덕분에 결과적으로 나는 나를 지킬 수 있었다.


평소의 나는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낸다. 내 방은 북쪽으로 창문이 나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창문을 바라본다. 나는 마치 차가운 겨울을 버티는 작은 나무 같다. 겨울은 길고 목이 마르다. 자라기 위해 물이 필요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설사 비가 내리더라도 이 차가운 겨울에 내리는 비는 나를 얼려 죽이고 말 것이라는 슬픈 예감에 사로잡힌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저 끝없이 키보드를 두들긴다.


자 어떤가? 그럼에도 당신은 나의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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