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댓값의 함정

14화. 첫 발의 이상화, 함정에서 나오기

by 아름다운 옥돌

처음의 선택을 현실로 바꿔나가는 동기에는 그 현실에 대한 이상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다시 그 현실을 구현해 내는 것에 발목을 잡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래서, 직업을 이상화하여 그 세계에 닿기만 하면 온전한 존재가 될 것이고, 이미 익숙해진 업무들 속에서 그 일들을 해내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콘텐츠는 청년들의 심장을 뛰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완벽하지 못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다시 좌절하게 만들어 포기를 쳐다보게 만든다.


청년 백수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현 사회에는 기존의 것들을 강화하기 위한 모든 틀에서 튕겨져 나오게 만들기에 그에 대항하는 것들이 주목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소신껏 말하는 MZ 콘텐츠가 유행했던 것이고, 사회가 한 세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기죽지 않고 기존의 낡은 틀에 대해 말하며 변화를 꾀하는 이들에 많은 주목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기엔 그들은 조직을 잘 알지 못하고, 조직도 그들을 알지 못한다. 이를 잘못 받아들이고, 적응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새로운 세계와 융합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에서 벗어나는 기이함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 그래서 새로움에 대한 경계가 사회를 다시 경직되고,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새로운 정착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지만 이전의 정착지에 대한 미련으로 두려움이 앞서나가 멈춰있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콘텐츠들을 더 응원하고, 그 속에 숨은 다정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한 세계에 뛰어듦으로써 적응하기 위해 생각과 소신을 펼치는 일을 제한하는 일이 그 세계에서 적응하며 발버둥 치는 개인의 세계를 파괴하고, 그렇기에 실수한 자신을 탓하고, 포기를 바라보게 만든다.


‘슬기로운 전공의 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전공의를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에스콰이어’라는 드라마에서는 변호사에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에 눈길이 갔다. 실수를 솔직하게 담아내고 그 안에서의 업무에 실수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혼도 나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지지와 그 세계를 이상화하게 해 주고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동기를 부여잡으며 능력치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과정이 내가 가는 길의 시작에 응원을 가져다주었다. 내가 그리는 결과조차 과정이라는 말로 시선이 다시 출발선에 놓였기에 결승선의 까마득함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하는 일에, 수치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어 너무 아팠다. 내 업무의 몫을 다하기 위해 나를 믿어야 하는데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 아주 엄격했으므로. 위축된 내면의 아이가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져 갔다. 그러므로 업무의 일적인 면에서의 피드백을 내 자아와 관련짓지 않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업무 속에서는 이성을 더욱더 응원해주어야 했다. 그가 하는 말들이 아프게만 들려서는 안 됐다. 그럼으로써 감정 속에 숨은 내면의 아이는 내가 없어져만 갈 때, 방어해 주는 내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새롭게 쌓아 올린 나의 이성을 믿는 하루들을 쌓아야 했다.


완벽하지 못한 순간을 깨지고 부딪혀나가며 적응해 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올바른 길이고 성장하는 방법이다. 그럼으로써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의 몫을 해내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적당히 의지하는 것이 운이 다해 모든 재앙이 뒤덮는 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인간은 나약하게 태어났지만, 신이 할 수 있었던 사랑을 스스로도 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예술성을 현실에서 발현해 내는 존재로 빛을 내며 살아간다. 그러니 모두 자신의 자아만을 사랑하느라 존재의 나약함을 원망하여 완벽주의와 강박으로 물드는 사회가 아니라, 그 나약함을 서로가 돌봐주면서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발전된 기술력으로 자신만의 낭만을 실현시키는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


말하지 않아도 나의 연약하고 나약함을 알아봐 주고 돌봐주었기에 사랑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만들어주신 우리 부모님과, 그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을 알아봐 주고 닮아가고 싶게 만들어준 그 모든 시간들 속의 친구들과, 진심을 다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정성껏 성장의 메시지를 말해주신 모든 선생님들을 사랑했고 믿었기에 나의 내면적 죽음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들이 사랑한 나를, 그들을 사랑한 나를 떠올리며 과거로부터 짙게 깔린 어둠을 부딪히고 쌓아 올렸다. 또다시 닥칠 어둠에도 과거의 나를 이해하고 존중하기에 지금의 나를 더 이상 난 원망하지 않는다며 사랑해 줄 것이다.


나는 정말 연약하지만, 그 연약함을 무기로 기이한 자아를 형성하고 싶지 않다. 그럼으로써 다시 내가 나를 파괴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싶다. 용서하기엔 수많은 아픔과 절망과 슬픔과 눈물과 그를 맞설 사랑을 만들어내고 받아내야 할 필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 과정에서 내 세계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들에게 의지해버리면 내 세계를 다 바쳐버리는 무서움을 아주 잘 알기에. 아프다는 이유로 아프게 하면 그렇게 생긴 어둠은 나를 짓누른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아버렸기에 사랑하는 것이다.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룰에 대해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보았지만, 감정을 다루면서 경험하는 나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이 룰을 지키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틀릴 것과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틀리지 않게 쓰이기를 바라는 것이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이기에 나는 또다시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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