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루틴 3 - half 적용
잠이 안 오는 시간의 제한을 정해놨다. 그것을 딱 지키진 못했어도, 일어나는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놓아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는 여유를 만들어놨다. 만들어둔 블록이 대략 2번 반복되니, 오전의 주기쯤은 포기하더라도 오후의 주기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그래서, 시작부터 망했으니 그냥 하루를 날리자와 같은 비이성적인 사고를 멈출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후의 주기를 내가 정한 틀 안에서 해봤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직도 일찍 일어나 오전의 블록을 모두 활용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래서, 오후의 블록을 내가 정해둔 대로 살아보았다. 자는 것부터 명상과 스스로를 향한 애정 어린 칭찬으로 하루의 사소한 행복들을 감사해하고 느끼며 넘어가니 다음날 일어나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이 되지 않았기에 오후의 블록을 활용하여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일어나서 밀린 연락들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밥을 잘 챙겨 먹고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었던 것들로 하루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이성을 강화하여 정리하고,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는 것에 대해서 집중력 높게 해내는 일은 힘들었다. 그전에 흥미 높은 일들을 시간 맞춰서 멈추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성을 활용해야 하는 시간에 자주 화장실을 가려고 하고, 다녀와서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어놓느라 집중력을 흩트려놓는 등 정신 차리지 않고 휩쓸려가다 보니 밀도 낮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성의 목소리가 지금까지는 너무 강해서인지, 그를 조금만 사용하려고 해도 무기력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태도가 나왔다. 그 태도를 불안감을 원동력으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왔으니 하루아침에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필요한 감각을 선택하여 시간에 맞는 행동을 하기로 했으니 채찍질하기보단 지치려고 하는 나를 격려하며 데리고 가기로 했다. 엄격하게 뜯어고치기보다는 '어제보다는 집중력 높게 끌고 가는 시간을 늘려보자. 그러면 넌 성장한 거야! 그러니까 내일은 조금 더 욕심내보자 ~!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을 스스로에게 들려주곤 했다. 감정을 굳이 행동력으로 쓰지 않아도, 스스로를 믿으니 이성도 믿을만한 목소리가 되어주는 내 편으로 만드는 연습을 이렇게 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이성의 수련 이후 가는 헬스장은 오히려 환기를 돕는 역할을 해줬다. 땀이 나도록 유산소를 하고 씻으니 불편하고 긴장됐던 몸과 마음이 싹 풀리는 상쾌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먹는 맛있는 밥이 오늘 하루를 응원해 주는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언어로서 다가와서 정말 행복했다. 낮에 건강하게 챙겨 먹느라 참았던 것들을 이 시간대에 먹어주니 더욱 행복했던 것 같다. 그 힘으로 낮에 집중력의 한계로 완료하지 못했던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하니 초조하지도 않고 후련했다. 다음엔 낮에 더욱 집중력 있게 진행하여 이 시간대에 좋은 기운이 가득한 카페와 좋은 글들,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등의 힐링의 시간을 여유롭게 즐겨보자는 동기부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하루를 종료하는 시간대에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느라 고통받았던 시간과 미래를 그리는 모습이 현재의 모습과는 차이가 많이 나서 불행한 시간들에서 벗어나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현재의 이 순간에 몸과 마음을 두고 호흡하며 스트레칭을 해주는 시간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종일 스트레스받아서 긴장된 몸과 마음이 풀리면서 두통도 점차 나아지고, 하루를 종료하는 것이 찝찝하여 밤새 붙들고 있는 시간 또한 줄어들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무조건적으로 모든 것은 완벽하다며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정답을 향해 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도와줬다. 잘한 점에 대해서는 내 마음이 충분하도록 예뻐해 주고 내면의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준 오늘의 하루가 뿌듯하다며 칭찬해 주고, 못한 것은 이성의 목소리를 엄격하지 않게 다독이며 다정하게 객관화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며 성장하는 상태가 되었기에 미래에 닿지 않는다는 불안으로 잠 못 드는 마음은 줄어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루틴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다 완료하지 못했더라도 완벽하게 완료할 때를 기다리며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블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더 많이 남고, 포기도 덜하며 다시 되돌아가는 힘을 선물해 주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집중력 있게 삶을 살아간다는 감각을 선물해 준다. 그러므로, 오전의 시간대의 루틴도 반절의 루틴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처럼 수행해 봐야겠다는 스스로의 도전이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막막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루틴을 다잡는 일이 갓생처럼 느껴지지 않고 나도 닿을 수 있는 삶이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현재를 만들어가는 것이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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