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 보였던 것들의 무게
운전면허 도로 주행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길을 잘못 들었고, 두 번째 시험에서는 좌우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걸 다들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거지?"
시험장을 나서며 깊은 좌절감에 빠졌던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당연해 보이는 일들'을 해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을요.
결혼도, 임신도, 출산도, 그리고 육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막연히 '나도 언젠간 하겠지' 했던 일들이 막상 현실이 되자, 하나하나가 전부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매 순간 '어떻게 해야 옳은지',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 모든 혼란스러운 시간을 지나며 하나만은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은 그 자체로 이미 위대하다"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온전히 키워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적
고백하건대, 저희 부부는 난임 부부였습니다.
결혼 3년 차에 접어들 무렵, 주변의 "언제 아기 가질 거야?"라는 질문들이 점점 날카로운 화살처럼 가슴에 꽂히기 시작했습니다.
난임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병원 대기실의 의자에 나란히 앉아 끝없는 대기와 검사를 반복하던 그 시절,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버텨냈습니다.
"혹시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을지도 몰라..."
그 생각이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자라기 시작했을 때의 막막함. 밤늦게 인터넷을 뒤지며 성공 사례들을 찾아 헤매던 날들. 그 두려움을 애써 감추며 서로를 위로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첫 번째 시험관 시술이 실패했을 때,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다음에는 될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정말 될까?"라는 의심이 계속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시술 후 결과를 기다리는 2주간은 마치 2년처럼 길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희망과 불안 사이를 오가며 잠 못 이루던 밤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은 어떤 소식이 올까" 하고 가슴을 졸이던 그 시간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식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병원에서 딸아이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작고도 벅찬 생명의 리듬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을 때, 저와 아내는 서로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딸이 태어나 제 손가락을 처음으로 꼭 쥐어주었을 때, 저는 세상 누구보다도 큰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 작은 생명이,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기적이 드디어 우리 곁에 와주었구나.
아빠 육아의 시작
딸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때, 저는 육아휴직을 결심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다고?" "커리어에 지장은 없을까?" "경제적으로 괜찮을까?"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고,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습니다. 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아이가 가장 정작 태어나고 나서 가장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일 때문에 함께 있지 못한다면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시작한 전업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막막했습니다.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트림시키기...
서툴기만 했습니다.
특히 밤에 아이가 울 때마다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새벽 3시에 유튜브로 육아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로서 이 시간을 온전히 살아내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함께 성장하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도서관을 드나들며 육아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서적들을 읽어가며 체계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했습니다.
먼저 당시에 급선무는 수면 교육이었습니다.
밤마다 2-3시간마다 깨서 우는 딸 때문에 저와 아내 모두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수면 교육을 통해 결국 딸이 혼자서도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이중언어 육아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딸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말을 걸었습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우리 딸이 정말 두 언어를 다 할 수 있게 될까?" 하는 기대감을 동시에 품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녀에게 미리 자산을 증여하며 절세 효과를 누리는 방법도 공부했고, 수시로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매일 아침 딸과 함께 아침을 먹고, 함께 놀고,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했던 그 30개월의 가정보육 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밀도 있고 순도 높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 매일매일 육아일기를 써왔고, 일기들은 지금의 육아 에세이를 쓰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간 우리의 여정
딸이 만 5세가 되었을 무렵, 좋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중국 파견 근무였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낯선 환경, 언어 장벽, 문화 차이... 특히 딸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가서 곧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아이와 함께일 때 더욱 넓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을요.
딸 역시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했지만, 아이들의 적응력이란 정말 놀라워서 금세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간단한 중국어까지 배워왔습니다.
중국에서의 기간은 저에게도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와 더욱 끈끈해지는 경험...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진짜 교육은 교실이 아니라 삶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마주하는 모든 경험이 그 자체로 최고의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올해, 우리는 더욱 큰 모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두바이에서 시작해 유럽과 미국을 일본을 거쳐 4개월간의 G7을 전부 방문하는 세계 일주를 떠날 예정입니다.
아이와 함께 지구 한 바퀴를 돌아보는 특별한 여정.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삶을 경험하는 여행, 딸과 함께 세상을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에서 인간의 도전 정신을,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역사의 무게를, 파리의 루브르에서 예술을 아름다움을,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경제의 역동성을, 하와이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 모든 순간들이 딸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고, 저에게는 아버지로서의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세 편의 이야기
이 모든 여정을 저는 세 편으로 정리하여 연재하고자 합니다.
1. 혼세편 : 난임 부부에서 아버지가 되기까지의, 때로는 절망적이고 때로는 뜨겁게 빛났던 혼돈의 시간들. 기다림의 고통과 기적적인 만남, 그리고 새로운 정체성의 탄생.
2. 국내편 : 육아휴직부터 가정보육, 각종 육아 교육까지, 현실적이고도 따뜻한 시골에서의 육아 일상. 과학적 접근과 사랑이 만나 이룬 작은 기적들의 연속.
3. 세계편 : 중국에서의 문화적 충돌과 적응, 그리고 세계를 누비며 아이와 함께 성장한 가족의 글로벌 발자취. 경계를 넘나드는 교육과 무한한 가능성의 발견.
이 구성은 제가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었던 《퇴마록》의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퇴마록의 주인공들이 점점 더 성장하듯, 저도 각 시기의 도전과 과제를 통과하며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성장했습니다.
16억 인구에게 전하는 이야기
이번 연재는 제 특기인 외국어를 살려 한국, 일본, 중국에서 동시 연재합니다.
한국은 브런치스토리, 일본은 노트(note), 중국은 도우반(豆瓣)에 연재를 합니다.
약 16억 인구가 살아가는 동아시아의 세 나라.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 사고방식과 육아 철학을 가진 나라들이지만 부모의 마음만큼은 결국 하나라고 믿습니다.
일본 독자들에게는 토종 한국인이 자녀에게 일본어 이중언어 교육을 했다는 점이, 중국 독자들에게는 중국 파견 기간 동안 교류했던 좋은 사람들과 딸의 적응의 과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을 누비며 아이와 함께 배우고 느낀 소중한 깨달음들을 말할 것도 없고요.
제 모든 글이 오늘도 아이를 키우며 애쓰고 계신 세 나라의 모든 부모님들께 따뜻한 위로와 재미, 그리고 감동을 선사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일본어판 : プロローグ:すべてが初めてだった私たちに|COSMOS
중국어판 : 序言:对于一切都是初次体验的我们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